작품설명

소재와 스타일에서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는 우리의 뮤지컬 무대는 이 브로드웨이 작품의 공연으로 표현의 폭을 또 넓히게 됐다. ‘스트립 댄서’들의 세계라는 이색 소재로 1997년 미국에서 초연돼 현지 매스컴들로부터 ‘센세이셔널한 작품’이라는 반응을 얻었던 뮤지컬 ‘바디 클럽’( Body Club)이 마침내 대학로에 상륙한다. 공연제작사 뮤지컬컴퍼니 대중이 제작한 ‘바디클럽’은 3월 15일부터 대학로 S.H 씨어터에서 한국배우들을 기용한 라이선스 무대로 선보인다. 중진 연출가인 정진수 교수(성균관대)가 번역-연출을 맡았다.
소재가 소재이니만큼 ‘바디클럽’은 출연진을 뽑기 위한 국내 오디션 때부터 화제였다. 스트립 댄서 역을 연기할 여배우의 조건으로 극단 측은 ‘작품을 위해 상반신 노출을 꺼리지 않을 배우’여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극중 여섯 명의 스트립 댄서들이 관능적 춤을 추면서 가슴을 노출하는 장면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뮤지컬 ‘바디클럽’의 일부 장면에서 관객들은 잠시 스트립 댄스 클럽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느낄지도 모른다. 남성 관객들은 댄서들이 자기 순서를 기다리며 옷 입고 준비하는 분장실 장면에서도 남성금지구역을 엿보는 듯한 즐거움(?)을 느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바디 클럽’을 그런 관음증적 시선만으로 대한다는 건 작품이 가진 재미의 극히 일부만을 맛보는 셈이다. ‘바디 클럽’은 화끈한 에로뮤지컬이라기 보다는 몸과 마음을 모두 있는 그대로 드러낸 여성댄서들의 적나라한 삶의 고백 같은 작품이다.
은퇴한 스트립 댄서인 티파니 실버가 경영하는 극중 ‘바디클럽’에서 춤추는 여섯 명의 스트립 댄서들은 인생 막장에 내몰려 몸을 내놓은 사람들은 아니다. 지금은 스트립 쇼를 하고 있지만 더 큰 꿈들을 가슴에 하나씩 품고 있다. 발레리나가 되기를, 아카데미상을 받기를, 떠난 남자가 다시 돌아오기를 그들을 꿈꾼다. ‘바디 클럽’은 이 댄서들의 절망과 좌절, 슬픔과 분노, 희망과 기대를 따뜻한 인간적 시선으로 응시한다.
이들 앞에 영화 감독이 나타나 톰 크루즈의 상대역으로 영화에 출연할 댄서를 찾을 때, 가라앉았던 댄서들의 꿈이 수면위로 솟아오르고 흥분과 긴장과 갈등의 파도가 클럽에 일렁인다. 어두운 무대를 떠날 기회를 잡으려고 스트립 댄서들이 경연을 벌이게 되는 후반의 드라마, 그리고 드라마틱한 마지막의 반전에는 가슴저릿한 감동이 느껴진다. 종반부의 경연 도중 한 댄서가 바디 클럽의 규칙을 어기고 팬티까지 벗어던지려고 하다가 생기는 뜻밖의 사태는 ‘스트립쇼가 예술인가 외설인가’의 논쟁을 환기시킨다.
세상 어려움에 온몸으로 부딪치며, 아름답게 살아보려 애쓰는 영혼들의 기쁨과 슬픔, 고민과 갈등의 이야기 앞에서 관객은 어느 틈엔가 내 이야기를 발견할 수도 있다. 이 뮤지컬에서 댄서들이 벗는 것은 옷만이 아니다. 가식 허위 체면 모두를 벗은 이 여성들은 공연 내내 솔직하게 객석에 자신을 드러낸다.
‘바디클럽’의 가슴찡한 드라마에 얹힌 멋진 리듬과 멜로디들은 관객들의 심장에 전해진다. 여체의 향연, 몸의 향연이라 부를만한 댄서들의 숨막히는 에로틱 스트립 댄싱엔 폭발적인 록 음악에서 영혼 깊은 곳을 건드리는 리듬 앤 블루스까지 다채로운 색깔의 뮤지컬 넘버들 15곡이 깔린다. 뮤지컬 캣츠, 아가씨와 건달들 넌센스등 수십편의 안무를 맡은 박상규씨가 안무, 의상을 뮤지컬 풋루스, 넌센스등의 음악을 책임졌던 엄기영(전 MBC합창단장)이 음악감독을은 맡는등 최고의 스태프진들이 공연의 질을 책임진다. 영상시대에 공연예술이 살아남으려면 TV나 영화가 보여주지 못하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렇다면, 소재에서 차별되고 라이브 스트립 댄싱의 긴장감까지 담은 ‘바디클럽’이야말로 확실한 대안이기도 하다

<미국공연평>
'바디 클럽'(body club)은 1997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을 때부터 뉴욕 매스콤으로부터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얻었던 뮤지컬이다. 스트립 댄스 클럽이 실제로 성업하는 도시이기에 관객들의 관심과 흥미가 더 높았는지 모른다.
특히 미국 최고의 신문인 뉴욕타임스에 실린 평이 화제였다. 초연 당시 뉴욕 타임스는 “보기만 하고 만지지는 마세요”(Look-but-don't-touch mode)라는 부제를 달면서 이 공연을 ‘스트립 댄스’와 ‘센세이셔널’하다는 말을 결합하여 "스트립세이셔널(stripsational)"한 새로운 뮤지컬 (new musical) 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붙이며 ‘육체와 영혼까지 발가벗긴 환상으 뮤지컬’이라는 평을 했다. 보기만 하고 만지지 마세요 라는 것은 에이즈의 확산으로 성적 접촉의 공포가 늘어나는 시대 조류에 부응하는 표현이라는 해석도 있었다. 많은 신문들이 스트립쇼와 에로틱한 분위기에 초점을 맞춰 이 작품을 소개했다. 데일리 뉴스는 ‘스트리퍼들의 코러스 라인이 펼치는 벌거벗은 진실’ 이라는 제목아래 이 뮤지컬을 평했고 펀치 인터내셔널은 ‘수줍은 남성과 대담한 여성을 위한 스트립 가이드’라는 재미있는 표현을 썼다. 가넷 뉴스 매거진은 ‘재미와 감동의 결합, 춤과 노래와 연기, 그리고 여체의 향연이 어울어진 에로틱 뮤지컬!’이라고 했다.
뮤지컬 ‘바디클럽’에는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에 관한 페미니즘적 질문도 작품 밑바닥에 깔려있다. 뉴욕포스트는 극중 댄서들이 여성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모습에 주목하여 ‘스트립 댄서들의 페미니즘 선언’이라는 관점에서 이 뮤지컬을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