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이제는 소설가로 너무나 유명한 재일교포 작가 유미리는 희곡 창작으로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중 〈정물화〉는 일본에서 출판된 유미리의 희곡 4편 중에서 아직까지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유일한 희곡이다. 〈정물화〉는 유미리가 갓 스물의 나이에 써서 스스로 연출했으며, 습작 시기를 벗어나 처음으로 책으로 출간한 작품이기도 하다. 유미리의 거의 모든 저작들이 번역되어 있는 상황에서, 유미리의 첫 출판작이며 사춘기의 사유와 감성을 오롯이 담고있는 〈정물화〉는 유미리 작품 세계의 원점을 밝혀줄 것이다. 〈정물화〉는 우리 모두가 절실하게 통과한 바 있는 성장기의 경험과 감성을 환기시킨다. 삶의 가장 근원적인 문제에 대해 고민하며 울고 웃는 다섯 명의 여고생들을 통해 관객들은 숨가쁜 일상에 파묻혀 오랫동안 잊고있던 삶의 의미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다시 떠올리게 될 것이다. 〈정물화〉는 여고 문예반의 여학생 다섯 명을 통해 사춘기의 감성을 서정적으로 그린 작품으로, 작가 유미리의 대표작 중 국내 초연으로 무대에 오른다.

줄거리

사과나무 꽃잎이 하얗게 날리는 4월의 마지막날.보수적이고 엄격한 가톨릭계 여고의 좁은 교실에 다섯 명의 문예부 학생들이 모여 방과전과 방과후의 시간을 함께 보낸다. 그러면서 이들은 수업놀이와 같은 유희를 즐기고 수다를 떨며 사춘기 특유의 감상에 빠져든다. 또 옆에 있는 친구의 사랑을 얻기 위해 골몰하고 그 때문에 상처받기도 한다. 이 소녀들은 친구들과 함께 있는 지금 이 순간에 머무르고싶어하거나 불안과 갈등이 없던 어린시절로 되돌아가고 싶어한다. 한편, 생의 에너지로 충만해있는 다른 소녀들과 달리 나나코는 늘 죽음을 생각하고 죽음의 세계와 가까이 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