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외규장각 도서와 박병선, 이룰 수 없는 백년의 기록
뮤지컬 ‘145년만의 위로’


극단 무빙 이미지 그룹 반달과 연주 단체 콰르텟 수가 오는 10월 19일부터 21일까지 외규장각 도서를 위로하는 뮤지컬 '145년만의 위로'를 성남아트센터 앙상블씨어터에서 공연 한다. 조선말인 1866년 프랑스 해군에 의해 약탈된 강화도 외규장각 도서와 이를 되찾기 위해 일생을 헌신한 서지학자 고 박병선 박사의 이야기를 13개의 연주곡과 5개의 합창, 8개의 무용 작품으로 무대에 올리는 것이다. 연출가 박하민과 함께 오래 도록 작업을 같이하고 있는 작곡가 이재신은 콰르텟을 위주로 한 실내악 음악에 피아노, 드럼과 신지싸이저를 곁들여 웅장함과 미스테리한 느낌을 더해준다. 특히 박병선 박사의 아리아 ‘내 가슴에 별빛’은 애잔한 향수와 아름다운 멜로디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프랑스국립도서관 지하에 갇혀진 외규장각 도서들이 부르는 노래 ‘세상 끝에 내가’는 단조로 시작되는 남성 합창과 절규의 몸짓과 같은 배우의 춤이 조화를 이루며, 프랑스국립도서관 수장고에서 책을 발견하고 박병선과 책이 함께 부르는 듀엣곡 ‘마침내 우리’, 따뜻한 바람이 부는 고국을 그리워하며 부르는 ‘바람의 노래’, 프랑스 군인들이 병인양요를 벌이며 부르는 ‘프랑스의 이름으로’, 병원 침대 위에서 마지막 숨을 쉬며 박병선이 관객들에게 던지는 마지막 메시지 ‘마지막 10월’ 등 잔잔하고 나직하게 읊조리는 음악의 향연이 145년 동안 이어진 굴곡진 역사를 음악이라는 숨결로 살아 숨쉬게 한다.

본 공연의 음악을 연주하는 여성 앙상블인 콰르텟 수는 '탱고! 탱고!', '음악의 날개 아래' 등의 많은 콘써트를 통해 '유려하고 서정적인 여성 앙상블의 묘미'라는 평을 들으며 활발한 연주를 펼쳐왔다. 특히 인천 구치소 교화 공연, 어린이를 위한 자선 음악회 등을 통해 음악을 통해 헌신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연주를 통해 음악이 전하는 평화와 치유의 메시지를 전달해 왔다. 올해 초 예술의 전당 공연에서는 쇼스타코비치의 콰르텟 8번을 연주하며 클래식 음악이 전달해야할 철학적인 메시지를 매우 애달프게 전달하였다. 이번 공연에서는 콰르텟에 피아노, 드럼, 콘트라베이스 등의 연주자를 더해 보다 웅장하고 신비로운 연주를 들려준다.

'145년만의 위로' 공연은 음악, 영상, 연기와 노래가 복합적으로 이루어지는 복합음악극으로서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신선한 파장을 던질 예정이다. 특히 안무가 김가람에 의해 만들어지는 배우들의 춤은 극에 방점을 찍으며 몸으로 전달되는 역사의 소용돌이와 그 속에서 가득한 무한한 감정을 이야기 하게 한다.

본 공연의 시나리오로 경기문화재단 무대제작 지원작에 선정된 박하민 연출은 2011년 인천아트플랫폼 입주 작가 선정 시 수차례 강화도를 답사하며 세밀하게 공연을 준비하였다. 무엇보다 공연을 통해 박병선 박사가 일생동안 노력한 그 모습이 가장 진정성있는 형태로 보여지길 원한다. 또한 뮤지컬 ‘145년만의 위로’는 마침내 반환되었지만 대여 방식으로 고국으로 돌아온 외규장각 도서를 음악으로 위로하는 의식적 개념성을 가지고 있다. 본 공연을 통해 외규장각 도서가 가지는 정통성과 국가성, 유일본이라는 도서의 특성과, 시대와 민족을 관통하는 빼앗김과 그리움, 그리고 무엇보다 이룰 수 없었던 백년간의 사랑에 대한 메시지가 전달되길 바란다.

10월 낙엽이 물드는 때 '145년만의 위로' 공연을 통해 우리가 태어난 이 땅의 역사와 평생을 책을 위해 헌신한 고 박병선 박사를 다시한번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본 공연은 일평생 외규장각 도서와 관련하여 그 삶을 헌신하고 마침내 고국으로 돌아오게 하셨던
고 박병선 박사를 위해 무빙 이미지 그룹 반달과 콰르텟 수 등의 예술가들이 가장 높은 존경의 의미를 담아 드리는 헌정 공연입니다.)

줄거리

19세기 말 풍전 등화와 같던 조선은 제국주의 열강과 침략의 소용돌이 휘말리며 마지막 왕조의 가뿐 숨을 내쉬고 있었다. 어린 고종을 대신하여 왕권을 가지고 있던 흥선 대원군은 외세 배척과 잃어가는 민심을 수습하고자 종교 박해를 하게된다. 여러 차례의 종교 박해를 지나고 병인 박해에는 프랑스 선교사가 참수된다. 이에 프랑스는 조선에 대한 야심과 자국 군사력의 과시를 위해 중국에 주재하던 프랑스 해군을 조선에 보내게 되고 이른 새벽 강화도를 침략하게 된다. 지금의 서울 지방까지 진군하여 여러 차례 전투를 벌이고 강화도에서는 약탈과 방화 살인을 서슴치 않게 되는데, 이 와중에 강화도 정독 산성에 보관되 있던 외규장각을 불지르고 그 안에 보관되고 있던 외규장각 도서와 보물 등을 훔쳐간다. 이 도서들은 백년을 넘게 프랑스 국립 도서관 지하 수장고에 먼지를 뒤집어 쓴 채 방치되어 있다가 한국인 서지 학자 박병선 박사에 의해 발견된다. 세계 최고 금속 활자본인 직지와 함께 외규장각 도서를 발견하고 한국에 보고한 박병선은 프랑스 국립도서관 사서 지위를 잃게 되지만 한국 정부는 수수방관 한다. 월드컵을 위해 약속한 고속철도의 건설을 위해 프랑스의 떼제베 도입과 관련하여 떼제베 도입과 외규장각 도서의 교환을 한국과 프랑스 정부 상호간 협의 하게 된다. 약탈 문화재인 이 도서들은 이후 오랜 협상을 거치게 되고 145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오게 되고, 이 도서들을 찾기 위해 일 평생을 헌신한 박병선 박사는 서서히 죽음에 가까워 지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