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믿을 만 해서 믿는다면, 그건 믿음이 아니에요.”

[예술공간 서울]의 여섯 번째 공연, <믿음의 기원1>
사람들에게 있어서 ‘믿음’은 왜 ‘발생’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물음으로 시작한, ‘믿음’ 연작의 첫 번째 <믿음의 기원 1>이 [예술공간 서울] 개관기념 기획공연 시리즈의 여섯 번째 공연으로 무대에 오른다. 최근 주목 받고 있는 신예 연출가 박해성의 작품으로, “두산 아트랩”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예술공간 서울]이라는 또 다른 공간에서 관객과 만나고자 한다.

‘믿음’이라고 ‘믿는 것’들에 대하여
사람은 교육과 체험을 통해 알아내거나 체득한 것을 토대로, 내가 경험하지 못한 것을 추론한다. 삶이 복잡해질수록 이 추론의 범위는 확장된다. <믿음의 기원>의 시작은 이 ‘추론’이 ‘인과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는 ‘믿음’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믿음은 가치관, 이데올로기, 종교를 넘어서, 논리나 과학조차도 이 ‘믿음’에서 시작하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믿음의 기원>은 ‘믿음’으로 구성된 어떤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내가 알고 있던 사실과 내가 눈으로 확인하지 않은 또 다른 사실 사이에서, 사람이 원래 가지고 있던 ‘믿음’으로 얼마나 해석하는 내용이 달라지는지 그려보고자 한다.

공간의 해체가 만들어내는 해석의 자유로움
“두산 아트랩”에서도 시도한 바 있는 <믿음의 기원>은 스페이스111의 전체 공간을 객석과 무대로 사용한 바 있다. [예술공간 서울] 공연에서도 역시, 무대와 객석이 구분 없이 일치한다. 약 3m 지름의 빈 중앙 공간을 중심으로 동심원 형태로 객석이 배치된다. 관객은 그 빈 공간에서 극적 행위가 일어날 것을 기대하지만, 아무런 행위도 일어나지 않는다. 배우는 객석 사이를 오가며, 빈 객석에 앉기도 하며 공연을 진행한다. 극의 스토리는 하나인 것 같지만, 자유롭게 이동하는 배우들의 대사는 관객이 듣고 싶은 부분만을 들을 수 있다. 혹은 배우들이 각자 이동하기 때문에 듣고 싶어도 듣지 못할 수도 있다. <믿음의 기원1>에서는 관객들 자신이 본래 알고 싶었던 것을 통해 이야기를 유추해 나갈 수 있도록 한다.

‘믿음’ 연작 시리즈
상상만발극장의 형식적, 주제적 문제의식을 집대성한 <믿음의 기원>은 그 동안 두 차례의 쇼케이스, 한 차례의 공연을 통해 단체의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잡았으며, 가족에 대한 믿음을 다룬 <믿음의 기원 1>에 이어 과학에 대한 믿음을 다룬 <믿음의 기원 2: 후쿠시마의 바람(2013)>, 이데올로기를, 종교를 다루는 3편, 4편도 매해 한 편씩 이어질 예정이다.

줄거리

*모든 관객에게 동일하게 주어질 서사적 정보는 다음과 같다. _과거에 기자였던 경호는 극단적인 우울증에 빠져있는 규연과 미스터리한 양상의 부부관계이다. 규연은 경호를 극단적으로 증오하고 있고, 경호는 규연의 그런 증오의 양상을 끝없이 받아들이고 보살피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경호가 잃어버린 딸 수진을 찾았다고 말한다. _어린 딸을 잃어버린 날, 규연은 남편이 내연행각을 하느라 딸을 방치했다고 형사에게 말한다. 규연은 어린 딸이 남편의 내연녀에 의해 유괴됐다고 형사에게 말한다 _15년 전 잃어버린 딸을 찾아 경찰서를 헤매던 경호는 어느 날 경찰서에서 이름과 신상명세가 일치하는 수진을 찾아낸다. 하지만 수진은 자신의 아버지가 죽었다고 한다. _수진은 자신이 경호의 딸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도 경호를 계속 만나 대화한다. _규연은 수진이 유괴되고 며칠 후 변사체로 발견됐다고 한다. _경호는 수진이 지금 이리로 오고 있다고 한다. _믿음과 기억이 다른 세 사람이 한 자리에서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