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연극 『킬리만자로의 눈(The Snows of Kilimanjaro)』은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Miller Hemingway)가 1936년에 쓴 단편 소설을 희곡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킬리만자로의 눈>에 담긴 수많은 상징을 새로운 무대언어로 승화시키고자 한다.
검은 회저(壞疽)와 하얀 눈의 이미지에 주목한다. 특히 눈에 나타나는 여러 가지 이미지들… 죽음, 사라짐, 고난, 포용, 구원, 새로운 시작, 삶과 죽음을 초월하는 이상향, 만년설의 영원성, 이데아…
작가 해리가 다리의 상처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방치하다가 돌이킬 수 없는 회저(壞疽)에 이르듯이, 태만과 물질적 안락함에 젖어 글쓰기를 계속 미루던 삶은 ‘작가적 양심의 몰락’을 의미한다. 처음에는 아주 사소하고 작게 보이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방치하는 것이 큰 파국을 불러올 수도 있음을 상기시킨다. 뒤늦게 과오를 깨닫고, 깨달은 지 한참이나 지나서야 어렵게 행동을 단행하지만 이미 너무 늦은 것이다. 그러나 비록 늦었다고 하더라도, 도전하기를 포기하고 하이에나처럼 계속 현실에 안주하는 삶을 지속하는 것 보다는, 킬리만자로의 표범처럼 최선을 다해 행동하는 삶이 의미 있지 않을까? 삶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해리와 같은 과오를 범하고 있는가? 행동하지 않는 양심, 행동하지 않는 지식인, 자기 합리화로 범벅이 된 삶 속에서 그 삶에 매몰되어 가는 수많은 인생들… 늦지 않기를 바라지만, 비록 늦었다고 생각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용감하게 도전하는 삶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기대하며 이 작품에 최선을 다한다.
줄거리
『킬리만자로의 눈』은 회저(壞疽), 보기 흉한 독수리, 산꼭대기의 흰 눈 등의 탁월한 상징 속에서 작가인 헤밍웨이의 자의식을 잘 묘사한 최고의 걸작 중 하나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 해리는 아내인 헬렌과 함께 킬리만자로를 향해 사냥을 겸한 여행을 떠난다.
그는 사냥 도중에 들판에서 노는 영양 떼를 발견하고, 그 모습을 사진에 담으려 다가가다가 가시에 무릎을 찔리게 된다. 처음에는 상처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제때 약도 바르지 않은 채 2주일을 보낸다. 그러나 그의 다리는 예상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썩어 들어가게 된다. 그로 인해 죽음을 예감한 그는 내적인 갈등을 갖고 점점 자기 자신을 잃어 가며 과거를 돌이켜 보게 되는데, 그렇게 잔인한 회상을 기억해냄으로써 그는 자신의 마음 속 숨어있는 생존 본능을 되살리려고 한다. 이 작품은 그의 마지막 며칠을 다루면서, 내면적인 갈등의 존재를 파헤치며, 스스로 승리의 의지를 불태우는 인간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죽음에 직면한 해리는 그의 이상향이라 할 수 있는 킬리만자로의 정상을 향해 날아가며, 킬리만자로의 만년설 속에 묻혀 있는 표범과 자신의 운명을 동일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