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사라지다 - 작의(作意) 경계와 대한 얘기이다.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껍질이라는 경계를 지니고 있다. 경계가 허물어지면 존재자체가 위험해진다. 그래서 금기가 존재한다. 이데올로기나 관념도 언어라는 경계에 쌓여 금기가 존재한다. 언어 자체에도 경계와 금기가 있다. 인류라는 큰 범주 안에도 경계와 금기가 존재한다. 우리 모두는 자신의 경계가 확장되고 강화될 때 행복해한다. 나의 것, 건강, 재산, 가족, 국가. 그 행복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개인의 행복권이 다른 타자의 행복권에 부딪치며 상처와 슬픔이 생겨난다. 우리가 스스로와 타인에게 규정하고 있는 금기들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보편적인 행복들과 개개인이 욕망하는 행복들이 모두 일치할까. 누구에게는 행복이겠지만 다른 누구에게는 불행이 될 수 있다. 그 불행이 생존을 위협할 수도 있다. 일반이든 이반이든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경계가 있다. 생존의 경계가 위태로울 때 금기는 칼이 되고 종교가 된다. 하지만 경계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경계 너머에 있는 세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생존의 외연도 확장되지 않을까. 우리는 경계가 없는 상태를 인식하는데 서툴다. 그래서 성전환, 불구, 동성애, 영혼, 정신병, 이혼, 해체, 전위, 이런 단어들에 본능적으로 놀라고 두려워한다. 그리고 거부한다. 그 순간 경계는 한계가 되고 만다. 몸과 마음, 남과 여, 삶과 죽음, 글과 말, 언어와 사유, 무대와 우주, 시와 드라마. 사실은 이 모든 것들의 경계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경계가 한계인지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실재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인간이 가지는 평등하고 필연적인 경계가 삶과 죽음의 경계이다. 그 경계가 흔들리는 순간 다른 경계들은 왜소하고 초라해진다. 죽음 앞에서는 다수와 소수의, 일반과 이반의, 보편과 특수의 경계는 쉽게 허물어지며 피아가 하나가 된다. 가보지 못한 세계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이해와 수용이 스스로의 경계를 허물고 확장하게 해주지 않을까. 삶의 곳곳에 숨어있는 고요하고 차갑고 투명한 이미지들을 통해 너머의 세계를 훔쳐보고자 한다.
줄거리
여자와 남자, 이반과 일반, 나와 너, 삶과 죽음. 세계는 많은 경계들로 이루어져있다. 자신의 경계는 행복의 척도가 되기도 한다. 현상의 균형을 잡기위해 경계는 금기를 동반한다. 금기는 슬픔과 상처를 자아낸다. 그 금기를 넘나드는 평범하고 외로운 사람들의 불안하고 위태로운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