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사소한 우연이 전하는 잠깐의 기적! <어쩌면>
작 윤성희, 연출 남인우

황순원문학상, 현대문학상, 올해의 예술상, 이수문학상 수상작가 윤성희의 소설집 『웃는 동안』의 수록단편 <어쩌면>.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온 윤성희 작가의 네 번째 소설집으로, 2011년 황순원문학상 수상작인 <부메랑>을 비롯하여 10편의 작품이 있다. 작가는 세부적인 상황 설명을 배제하고 단문중심의 글쓰기를 선보이는데 상처받고 빈곤한 이들의 삶을 담담하고도 따뜻한 유머로 그리고 있다. 농담 같은 우연의 불행, 우연이 만들어낸 희극적 상황은 남인우 연출의 연극적 터치와 담백함이 어우러져 관객에게 웃음과 울음을 동시에 자아내게 할 것이다. 또한, 좀 더 다른 시각에서 ‘죽음’에 관해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이 공연은 올해 3월 제 12언어 연극스튜디오 기획으로 산울림소극장에서 공연한바 있으며, 이후 윤성희 작가의 또 다른 작품으로 낭독공연의 기회를 도모하고 있다. 

연출 의도

이 소설은 네 명의 발랄한 귀신들의 이야기이다. 이들은 수학여행 중에 죠스바를 먹다가 사고로 죽음을 맞이했고, 죽은 뒤 사라지지 않기 위해서 무엇인가를 한다. 그들의 그 무엇인가 하는 그 행위들은 살아있는 지금 우리들에게 많은 질문을 던진다.
소설과는 다르게 이 공연은 한 명의 등장인물로부터 시작한다. 소설 읽기 행위자인 익명의 이 ‘누군가’는 책을 읽는 사람이기도 하고 책 속의 사람이기도 하고 관객 중의 누구이기도 하다. 그는 소설 속의 문장과 사연과 동일시 된다. 그는 죽어서 사라지지 않기 위해 작당을 하는 네 명의 등장인물을 통해 살아있는 자신과 그들 중 누가 진짜 죽었는가에 대해 고민한다.

기본적으로 낭독공연의 틀을 유지하기 위해서 소설 원문으로부터 새롭게 추가되거나 변형된 문장은 전혀 없도록 노력하였다. 단, 한 문장을 반복적으로 사용하거나, 웃음 소리, 감정 등이 들어감으로써 공연 상의 인물 하나와 소설 상의 등장인물 넷 사이의 관계성을 만들어 보았다. 또한 서사와 연기, 문장과 문장 사이의 연극적 상호 작용, 시각적 효과(조명, 무대, 배우들의 움직임)와 음악적인 낭독 등을 통해 연극과 소설의 새로운 만남을 시도하였다.

줄거리

설악산으로 수학여행을 가던 버스가 추락한다. 버스에 타고 있던 네 명의 여고생 ‘거울’, ‘라디오’, ‘압정’ 그리고 ‘나’는 목숨을 잃는다. 죠스바를 먹다 죽은 네 여고생은 영원히 보라색 입술과 보라색 혓바닥을 갖게 되고, 갈 곳 없는 이들은 새로 지은 아파트 단지를 구경하며 빈둥거리다가 ‘거울’의 오른발이 사라지는 것을 발견한다. 먼저 죽은 사람들을 찾아가 그 까닭을 물어보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그렇게 몸의 일부가 사라져가리라는 것이다. 넷은 영화배우 K와 L의 스캔들을 확인하고, 경찰서를 구경하고, 자동차 공장을 살펴보고, 놀이동산에서 질릴 때까지 롤러코스터를 타며 시간을 보낸다. 한 해가 저물 무렵 공중부양의 달인을 만나 하늘을 나는 비법과 물건을 옮기는 법도 전수받고… 어느 날, 어는 섬으로 가는 배에서 ‘거울’은 바다에서 만난 고래떼를 따라 먼 바다로 떠난다. ‘압정’은 돌멩이 움직이는 연습과 공중 4회전 돌기를 연습하겠다고 하고, ‘나’는 무엇을 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