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교육극단 푸른숲>이 선보이는 창작공연 개미
전작 개순이(2012.2.9~12,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를 통해, 관계적 존재로서의 인간 본질에 대한 감동의 메시지를 던져주었던 <교육극단 푸른숲>이 새로운 창작극 개미를 무대에 올립니다.
2013년 1월 23일부터 27일까지 대학로 게릴라극장 무대에 올려질 이번 공연은 개순이를 통해 그 역량을 보여준 바 있는 이지향 교사(성암여중)가 직접 쓰고 연출하는 작품입니다.
전작 개순이가 애견인구 1천만 시대에 ‘애완’이 아닌 ‘반려’의 존재로 ‘격상된’ 동물을 이야기하며, 확장된 차원에서 관계와 소통의 문제를 성찰하는 작품이었다면, 개미는 한 부부와 그들의 주변 인물들을 통해, 교육된 관계 맺기 방식의 단면을 그려보고, 진정한 공부(배움, 교육)의 의미를 고민해보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미가 던져주는 일련의 고민은 결국 인간에게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보편적 물음으로 이어지며, 삶의 단면에 대한 철학적 반성과 성찰의 길로 우리를 이끌 것입니다.
<작/연출의 글> - 이지향
결혼 적령기 가끔 만나서 술이나 마시던 친구로부터 프로포즈를 받았다. “결혼은 아무하고나 하냐?”라고 했다. 결혼이라는 말과 동시에 친구는 ‘아무나’로 전락했고 그 속에는 그 친구에 대한 모든 계산이 들어가 버렸다. 별로 싫지는 않았지만 결코 꿈에서 그리던 ‘백마 탄 왕자’는 아니라는 결정과 내 결혼의 조건에는 준수한 외모와 유머보다도 이 사회를 살아갈 비장의 무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그 친구는 요즘 말로 쿨 했다. “결혼이 별거냐? 뜻 맞는 사람끼리 같이 살면서 애 키우고 같이 늙어가는 거지.” 그 말로 모든 건 정리가 됐다. 그리고 그 친구를 이제까지 보지 못했다. 지금 돌아보니 틀리지 않은 말이다. 뿐만 아니라 난 비싼 수업료도 냈다, 나의 경박한 생각에 대한 대가를. 그러면서 배운 것은 결혼은 두 사람이 보이지 않는 노력으로 자연스럽게 새로운 삶을 꿈꾸며 가꾸어가야 하는 것이며 그런 것들은 저절로 이루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여러 과정을 거쳐 순류를 탄다는 것을.
지금 곰곰이 생각해보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배우지 못한 것이리라. 그저 공부라는 것을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 학습 향상에 목적을 두고, 더 좋은 조건의 기회를 잡으려는 수단으로만 받아들였기 때문에 수학보다 어려운 삶의 문제가 현재에 닥칠 때 많은 제물을 받쳐 해결했으리라. 경제 원칙에도 어긋나게 ‘고비용 저효율’이 되었으리라. 그런데 이러한 일들은 어이없게도 작은 이기심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나만 잘되길 바라는’ 나의 어리석음과 ‘내 자식만은…….’이라는 우리 부모님의 생각이 만들어낸 아이러니. ‘나’는 ‘우리’ 속에 있고 또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기 때문에 만들어낸 결과가 아닐까. 혼자는 행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잊고, 남이 있기에 내가 기쁜지 슬픈지 알 수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기 때문이었으리라. 그 사실을 공부 때문에 잊고 살았기에 이제는 진짜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가 되리라. 더 늦기 전에.
겉은 ‘사랑과 전쟁’, 그 속은 ‘우리가 가야 할 세상 만들기’. 이 이야기 속 인물은 모두 열심히 산다. 단 자신을 위해서. 그래서 결과는 행복하지 않다. 우리 모두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서로를 인정해야만 가능하다. 우리 모두는 보이지 않는 가는 실로 연결되었기 때문에 한 사람 한 사람이 나의 삶과 직결되어 있다, 마치 도미노처럼. ‘나’가 ‘우리’로 발전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교육이 사람다움을 키워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 사회가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한 단계 더 발전해야 하고 우리가 사는 사회는 어느 한 사람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이익을 위해 나아가야 한다. 이러한 마음을 작은 이야기 속에 담고 싶었다. 모든 사람들이 행복이 꿈꾸고 나눌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아마도 그것을 꿈꾸는 것 자체가 큰 욕심인지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