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G.F. Handel's Oratorio [ISRAEL IN EGYPT] ‘이집트의 이스라엘인’은 우리들의 승전가 글 서울시합창단 단장 겸 상임지휘자 김명엽 우리에게 헨델(George Frideric Handel, 1685-1759)은 18세기 초 어느 바로크 작곡가보다 친근감이 든다. 불후의 명작 <메시아>가 있어 그렇고, 그의 음악이 독일적인 중후함과 이탈리아적인 명쾌함, 그리고 프랑스적인 고상함이 드는 초국가적인 스타일이어서 더욱 그렇다. 35년이라는 기간 동안 오페라 작곡과 지휘자로 성공 가도를 달리던 헨델은 1730년대에 들어서 실패를 맛본 후, 오라토리오에 영어 가사를 붙인 새로운 장르인 그만의 오라토리오를 고안해냈다. <사울>과 <이집트의 이스라엘인>의 두 작품을 시작으로 오라토리오 작곡에 전념하게 되는 그는, 이후 성경을 주제로 한 합창을 수반한 걸작들을 만들어내게 된다. <이집트의 이스라엘인>은 이스라엘 민족의 출애굽 사건을 다룬 내용으로 대본 작가 없이 헨델 자신이 성서와 시편의 기도문들로 편집하였다. <사울>을 완성한 4일 만인 1738년 10월 1일 제2부부터 착수하여 단 4주 만인 10월 28일 전곡을 완성하였고, 이듬해인 1739년 4월 4일 런던 왕립극장에서 초연하였다. <이집트의 이스라엘인>은 구약성서의 처음 다섯 권의 책인 모세오경을 기초로 한다. 거기에는 창세기 12장으로부터 시작되는 아브라함, 이삭, 야곱, 요셉으로 이어지는 하느님의 선민사상(選民思想)과 그들이 이집트로 이주하게 된 배경을 빼놓을 수 없다. 이 작품의 첫 곡이 압제받는 이스라엘 민족의 스토리를 배경으로 이어지는 출애굽기 1장으로 시작하기에 더욱 그렇다. <이집트의 이스라엘인>은 헨델의 다른 작품이 갖지 않는 이 작품만의 독특한 특징이 있다. 우선, 다른 극음악과 달리 당연히 있음직한 등장인물이 없다는 것이다. 아리아 4곡과 이중창 3곡이 있으나 그 역시 모세나 아론 같은 주인공의 노래가 아니다. 반면, 대부분 합창으로 엮여있고 복합창이 18곡이나 될 정도로 그 비중이 크기에 ‘합창 오라토리오’라 할 만하다. 어느 작품에서나 합창은 회중적 표현이기에, 이 작품은 곡의 제목에서 나타나는 바와 같이 선민 이스라엘 민족 공동체 전체가 주인공인 ‘합창 드라마’인 것이다. 관현악법에 있어서도 팀파니를 자주 사용하는 등 극적인 처리가 돋보이며, 다양한 사건이 전개되는 한 곡 한 곡마다 회화적인 묘사와 상징적 표현이 뛰어나다. 모세가 바로 왕 앞에서 행한 열 가지 재앙에서 개구리가 뛰어든다든가 파리 떼들이 날아다니는 장면, 우박과 불덩이가 쏟아지는 장면, 거친 바다 속을 통과하는 장면, 추격하는 이집트 군마의 말발굽 소리 등에서 사용한 음화(音畵, Tone Painting)와 중요한 단어에 멜리스마를 쓴 기쁨 동기(joy motif)는 그때그때마다 효과를 더한다. 이 작품은 헨델 자신의 다른 작품이나 다른 작곡가의작품을 차용해 쓴 것으로도 유명한데, 제1곡과 제4곡 합창은 자신의 작품을, 제3곡의 2중창과 무려 11곡이나 되는 합창은 케를(J.C. Kerll, 1627-1693)이나 스트라델라(A. Stradella, 1639-1682)같은 다른 작곡가들의 음악에서 전체 혹은 부분적으로 빌려왔다. 당시 바로크 시대엔 차용(borrowing), 전사(transcribing), 각색(adapting), 편곡(rearranging), 모방(parodying)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졌던 관습이었다. 이 세상에서 우리네의 인생을 기독교에서는 흔희 출애굽으로 비교하곤 한다. 그리스도의 은혜로 죄의 노예에서 구출된 우리들이 광야인 현세를 지나며 저 요단강 건너 천국으로 향하는 삶…. 이 작품이야말로 구원받은 사람들이 길이 부를 대찬양가(大讚揚歌)이자 대감사가(大感謝歌)이며 대승전가(大勝戰歌)이다. 이 작품은 2013년 3월 21일(목)~22일(금), 2013년 첫 무대를 준비하는 서울시합창단의 풍부하고 깊은 울림으로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