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서점에 가면 성공한 사람들의 성공담을 다룬 책들이
많이 진열되어 있다. 방송 매체에서도 그들의 이야기는
쉴 새 없이 회자된다. 어려운 역경을 딛고 정점에 서게 된
그들의 삶을 통해 용기를 얻고 길을 찾으라는 것이다.

본 작품도 용기를 회복하고 길을 찾아보자는 이야기를 한다.
대신 성공한 사람들이 아닌 실패했거나 고난의 한 복판에
있는 방황자들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아무리 생각해도 세상에는 성공한 사람보다도
실패한 사람들이 더 많다. 혹자는 실패를 딛고
이내 성공할 이들도 있겠으나, 혹자는 어쩌면
그 상태로 생을 마감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어떤가? 우리는 어떤 기로에 놓여 있나?
그리고 인생에서 성공한다는 것은 대체 뭘까?

어느 날 우연히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세 사람.
어디서든지 볼 수 있고, 만날 수 있는 평범한 그들을 통해
삶에 대해 나누고 싶었다.

'왜 버스는 항상 눈앞에서 떠나버리는 걸까?'
버스를 놓친 사람들은 정말 기회를 놓쳐버리고 만 걸까?

줄거리

억울한 누명을 쓰고 회사에서 쫓겨난 동현은
같은 날, 여자 친구의 양다리 현장을 목격하게 되고
설상가상으로 여자 친구에게까지 버림받게 된다.
모든 것을 잃었다는 생각에 외딴 시골을 찾아와
절벽에서 뛰어내리려고 하지만, 홀로 남게 될 엄마 생각에
차마 뛰지 못하고 다시 서울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정류장으로 향한다.

연극배우였던 아빠의 뒤를 이어 배우가 되고 싶은 지영.
그러나 현실의 벽은 턱없이 높기만 하고, 여자이기에 겪게 되는 성적인 요구들은
지영을 더욱 더 막막하게 만든다. 지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잠시 들른 외딴 시골.
오후에 있을 오디션 시간이 다가오자 서울로 향하는 버스를 타러 정류장으로 향한다.

버스정류장. 정체불명의 노인이 흥겹게 노래를 부르고 있다.
버스를 그냥 보내버리는 노인과 달리 눈앞에서 떠나가는 버스를 잡기 위해 달려오는
동현과 지영. 두 사람은 그만 서로 부딪혀 바닥에 내동댕이쳐진다.
두 사람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유유히 떠나버리는 3시간 간격의 버스.
모든 것을 잃었는데 버스까지 놓쳐버린 동현과 가뜩이나 안 풀리는데
오디션 기회까지 놓쳐버린 지영은 극도의 짜증과 분노로 서슴없이 다투기 시작한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3시간 동안 함께 있게 된 세 사람은
이 일을 계기로 각자의 삶을 나누게 된다.

그저 장난이나 치고 괴짜처럼만 보였던 아저씨.
사실은 그도 번듯한 회사의 부장이자 아내와 딸을 둔 가장이었다.
아내와 딸을 사랑했지만 무뚝뚝하고 사랑을 표현할 줄 몰랐던 그는
그저 묵묵히 일하며 가족의 안위를 위해 자기만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하며 살았다.
그러나 아내와 딸이 원했던 건, 돈을 벌어다주는 남편과 아빠가 아닌
함께 해주는 남편과 아빠였다. 그런 아빠가 불만인 소연, 그런 딸과 남편의 냉랭한 관계를
안타깝게 여기던 아내는 그사이 그만 불치병에 걸려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된다.
자기가 세상을 떠나기 전 딸과 남편의 관계를 회복시켜주고 싶었던 노력에도 불구하고
계속 냉랭한 남편과 딸을 남겨둔 채 그녀는 세상을 떠나게 된다.
엄마를 잃은 소연은 이내 아빠의 곁을 떠나고 그는 가족을 잃고 홀로 남게 된다.
그때서야 자신의 방식이 틀렸음을 깨달았지만 그땐 이미 너무 늦은 뒤였다.

그런 삶을 지나온 아저씨에게 두 청춘 남녀인 동현과 지영은 그저
진짜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를 놓치고 살아가는 안타까운 영혼처럼 보였던 것이다.
아저씨의 고백까지 각자의 사연을 나눈 세 사람은
어느 덧 제법 친한 친구들이 되어 있었다.
모두 지쳐있었을 뿐, 따뜻한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아름답게 노을이 피어난 외딴 그 시골의 버스정류장에
세 사람이 어깨동무를 하며 서 있었고
저 멀리 세 사람을 싣고 갈 버스가 돌아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