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음악의 기원을 종교의식에서 찾을 때, 모든 종교음악은 성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불교의식음악인 범패도 노래를 통하여 불보살의 공덕을 찬탄하고 불교의 진리인 무상의 깨달음을 널리 전파해 왔다. 부처님 열반 후 그 가르침은 경전을 통해 정착되었지만 전승의 중요한 방식은 바로 입으로 소리 내어 독송하거나 노래로 이루어진 사실도 이를 반영한다. 가영언(歌永言), 말을 길게 한 것이 노래라는 말처럼 부처님 말씀이 노래와 음악으로 변해 있는 것이 불교음악이다. 또한 음악은 의식과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 있기 때문에 의식을 이해할수록 음악의 존재가 더욱 진실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이와 같이 따로 떼어낼 수 없는 불교와 불교의식, 불교음악에 쉽게 다가가기 위해 범패를 새롭게 해석해 보고자 한 것이 본 음반의 기획 의도이다. 범패는 범음, 인도소리로도 불리듯이 처음에는 인도의 노래가 그대로 들어왔겠으나,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중국의 영향을 받은 노래와 더불어 외래적인 선율이 공존하면서도 한국 고유의 특징을 보이는 노래까지 매우 다층적인 스펙트럼을 보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불교음악의 역사가 이처럼 깊은 만큼 한국 전통음악의 중심축을 매우 깊이 관통하고 있는 것 또한 불교음악이다. 민요, 무속음악 등의 토착음악을 비롯해서, 유교?도교음악 등에서 볼 수 있는 불교적 세계관은 물론, 영산회상.가곡과 같은 민간의 풍류음악, 궁중의 아악에서 볼 수 있는 장엄하면서도 웅숭깊은 멋은 불교음악만이 끼칠 수 있는 특징임을 범패를 통해 확인하게 된다. 이와 같은 마르지 않는 샘물과 같은 범패의 유산을 크고 작은 재를 구성하는 대표적인 의식 몇 가지를 통해 이해해 보고자 한다. 잘 알려져 있듯이 불교에서는 많은 종류의 의식과 행사를 봉행한다. 의식과 행사의 성격과 방법 그리고 내용에 따라 법회, 도량, 재, 법석, 대회 등 그 명칭도 다양하다. 불교가 국교로 신앙되던 고려 때 나라와 왕실에 의해 개설된 법회와 도량은 83종 1038회였다는 기록도 있다. 불교의식음악도 오랜 세월을 거쳐 내려오면서 변화를 거쳤음은 분명하지만 불보살을 예경하며 진리의 소리로 모든 중생을 깨달음의 길로 인도하는 그 감화력은 변함이 없다. 이번 음반은 불교의식의 몇 가지 절차 및 의식으로 꾸며보았으나 대중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을 우선 선별한 것이어서 뚜렷한 맥락을 내세우기는 어렵다. 그보다는 의식의 내용과 그에 수반되는 음악이 어떻게 결합되어 어떤 울림으로 드러나고 있는가에 주안점을 두고자 했다. 주요 연주곡을 소개하면, 불보살을 청하며 올리는 <할향>, 천수다라니를 외며 노래하는 <복청게와 천수바라>, 차를 올리며 하는 게송인 <다게>, 불보살을 찬탕하는 <가영>, 삼귀의를 주제로 한 <자귀의불>, 명계의 영혼을 깨워 법회 장소로 모시는 <진령게>, 왕생극락을 발원하는 <화청> 등이다. 모쪼록 이번 음반이 모든 이들에게 본연의 청정한 마음으로 돌아가 불보살을 찬탄하고 저마다 간직한 축원을 아뢰는 음성공양으로 화하길 발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