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기획 의도

<2013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사후지원 예심 통과>
<2013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지원 선정>

90년대부터 한국문학을 불역하여 프랑스에 소개해왔고, 2001년부터 불어권의 희곡을 공연과 낭독공연으로 조금씩 소개하며 무대 작업을 해오다가 본격적으로 2009년에 창단을 한 ‘극단 프랑코포니’가 어느덧 7번째 공연을 한다. 이번 역시 국내 초연작으로 임혜경 대표의 번역으로 출판과 공연이 동시에 이루어 진다.
특히 이번 <단지 세상의 끝>은 작년 3월에 그리고 9월에 엥콜공연하였던 <난 집에 있었지 그리고 비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지>의 장-뤽 라갸르스의 작품이다. 이 작가는 20세기 베케트와 이오네스코, 주네 이후 콜테스, 미냐마 같은 작가들과 함께 동시대 연극의 대표 주자의 한 사람으로 알려진 프랑스극작가이자, 연출가이다. 언어의 무의미와 부조리에 도전했던 베케트나 이오네스코의 현대극의 경향에서 서사(이야기), 시, 등을 연극의 자리에 재부여하면서, 무의미 속의 의미를 탐색하려고 한 작가로도 알려져 있다.
극단이 이 작품을 선택한 데에는 프랑스 코메디 프랑세즈의 레퍼터리에 들어가는 작가이기도 하고 불어권 지역에서 자주 공연되고 있는 유명한 작품이라서기 보다는, 작년에 국내에 <난 집에 있었지 그리고 비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지> 공연으로 소개했던 한 편으로는 현대극의 새로운 경향을 보여주는 이 작가의 다양한 작품 세계를 이해하기에는 미흡하기에 이 극단이 새로운 작가를 소개할 때 연이어 두 편씩 소개해왔던 전통대로 한 편 더 소개하고자 하는 것이다. 문학성과 연극성이 담보된 동시대 현대 불어권 희곡작품을 찾아 번역하고 공연하는 것을 모토로 하는 극단 프랑코포니가 올리는 이 작품<단지 세상의 끝>은 이 극단의 목표가 뚜렷이 보이는 작품이라고 하겠다. 새로운 경향의 작품에 목말라하는 일반관객들, 연극과 학생들, 불문과 학생들, 이 극단의 특징이기도 하는 불어자막 제공으로 서울에 거주하는 불어권 외국인관객들을 극장으로 유도하기 위한 시도이기도 하다.

크레이티브한 작업의 산실
장-뤽 라갸르스의 희곡이 가지고 있는 커다란 특징 중 하나는 지문이 없는 대본이다. 이것은 번역자 뿐만 아니라 공연을 준비하는 연출가와 배우들, 스텝들 모두에게 어려움을 주지만 반대로 상당한 창의력을 요구하는 작업이 된다. 어떻게 보면 시처럼, 긴 산문시처럼 읽히기도 하는 이 텍스트는 악보를 읽는 뮤지션처럼, 오케스트라 지휘자 처럼, 평면 속에 든 인쇄된 글일 뿐인데 그 속에서 입체적인 공간을 찾아가면서 엑팅을 만들어가고 등장인물을 만들어가는 과정의 희열이 무엇인지 작업자들은 잘 알고 있고, 이런 크레이티브한 기운이 새로운 경향의 작품에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관객들에게 잘 전달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작품 해설

새로운 연극언어의 탐구
장-뤽 라갸르스의 희곡은 새로운 연극 언어의 탐구가 들어있다. 25편 정도 남아 이제 코메디 프랑세즈 레퍼터리에 올라와 있는 그의 희곡들은 프랑스 작가 뒤라스나 싸로트 작품을 환기시키는 소설적인 요소도 있고, 유연하게 흐르는 대사가 아니라 말하기의 어려움을 표현하는 요소들도 많이 들어있고(망설임, 반복, 본론에서 벗어나는 이야기, 마침표와 쉼표의 나열, 시적인 스타일, 파편화, 콜라쥬, 등으로), 논리적인 시간의 흐름이 아니라 무질서한 기억의 시간의 회귀, 연극에 대한 자신의 생각들을 작품 속에 담고 있다, 그래서 인간들끼리, 가족들끼리 소통 부재에 대한 주제도 있지만, 이 작품은 성경(탕자 아들의 귀환, 카인과 아벨,등)이나, 신화(율리시즈)적인 테마도 찾아볼 수 있고, 고대극이나 고전극(소포클레스, 라신느, 코르네이유)과 현대극(입센, 스트린느베르히, 베케트, 이오네스코, 콜테스, 싸로트 등)을 환기시키는 복합적인 작품이다.

이 작품<단지 세상의 끝>에서 일반적으로 고대 그리스비극이나 고전극과 연결되는 요소로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막간극 형식 등에서이다. 또 한편으로는 보통 희곡에서 볼 수 있는 지문도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마침표와 쉼표의 문장으로 나열된 긴 시 같은 대사, 장과 장 사이의 내용 연결도 불확실한 콜라주 같아 보이기도 하고, 그들 간의 관계와 나이 외는 등장인물들에 대한 소개가 거의 없고, 등퇴장 지시도 없는 등, 이러한 점에서 동시에 클래식하면서도 현대적인 작품으로 볼 수 있게 만든다.

줄거리

어느 일요일, 어머니가 딸 쉬잔느와 함께 살고 있는 집에 십년 전에 집을 떠났던 이 집 장남 루이(34세)가 나타난다. 불치의 병으로 죽음이 다가오고 있는 자신의 상황을 식구들에게 알리기 위하여 돌아온 것. 동생인 앙투안느와 카트린느 부부까지 모여 모처럼 오랜만에 한 가족이 만나는 자리지만 루이는 이방인인 것처럼 어색하기만 하다. 그 동안 그의 무소식에 대해 식구들은 총결산을 하듯이 원망과 비난, 분노와 죄의식 등의 단어를 홍수처럼 쏟아내고 그는 정작 하고 싶었던 말은 하나도 못한 채 다시 집을 떠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