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이 작품은 극단 그린피그의 <예술가 연작> 시리즈 두 번째 시도로서, ‘사라진 예술가’라는 화두에서 출발한다. 이때 사라진 예술가란, 생존해 있지 않은 예술가를 의미하는 동시에 개념으로서의 ‘예술가’의 존재에 질문을 던지는 의미이기도 하다. 물론 “예술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긴 말없음표를 가져올 수밖에 없는 질문이다. 누군가의 희미한 실루엣 정도는 보일 수도 있지만, 그 실루엣이 진짜 우리가 만나려고 하는 그 예술가가 맞는지 우리는 의심스럽다. 그리고 우리가 예술 작품과 예술가를 혼동하는 오류에 빠지는 것은 아닌지 또한 의심스럽다. 그러므로 우리는 '예술가' 라는 문제를 구체화시키기 위해서 질문을 좀 더 덧붙이기로 한다. "예술가다운 삶이라는 것은 존재하는가?" "예술가와 예술 작품의 관계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예술가의 삶은 예술 자체와 어떤 지점에서 만나게 되는가?" 이러한 질문들을 쏟아내게 한 기원에는 나혜석이라는 한 화가가 있다. 1900년대 초반을 살았던 최초의 서양화가. 화가이자 작가 나혜석은 스스로 예술가로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인물이다. 물론 화려한 주목과 영광으로 출발했던 그가 결국 거리에서 객사하는 비참한 말로에 이르는 그의 삶 그 자체도 주목할 만하지만, 그보다 더 흥미로운 부분은 나혜석의 사상과 작품의 괴리가 보여주는 모순에 있다. 우리는 바로 이러한 불일치, 이러한 모순에서 예술가와 예술 작품의 관계를 생각해보려는 것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예술 작품을 생산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니며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를 생각하려는 것이다.

줄거리

한 여자가 나혜석의 그림 한 점을 가지고 나혜석의 개인 화실이었던 ‘여자미술학사’를 찾아온다. 하지만 여자가 찾아본 문헌마다 주소가 조금씩 다르다. 한 곳에서는 종로구 수송동 146-15, 또 다른 곳에서는 종로구 수송동 46-15라고 밝히고 있다. 여자는 두 군데 모두 찾아간다. 146-15에는 거대한 고층 상업용 건물이 들어섰고 46-15에는 미술관이 들어서 있다. 여자는 둘 중 나중에 찾아간 미술관 앞에서 자신이 알게 된 나혜석 대해 관객들에게 보여주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