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철거 직전의 재개발 지역에서 펼쳐지는 상류층 코스프레!
그 무섭고도 슬픈 유희적 제의!!

그동안 좋은 창작극 발굴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온 극단 대학로극장(대표 이우천)이 2013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으로 선정된 연극 [평상]을 무대에 올린다. 신진 작가들의 경연장인 2012 희곡아 솟아라를 통해 최우수 희곡으로 선정되기도 했던 이번 작품은 인간의 삶이 갖는 숙명적 비루함, 그리고 그 비루함 속에서 몸부림치는 인간군상들의 역설적 유희를 통해 삶의 본질을 꾀뚫어 보는 작품으로써 벌써부터 대학로 연극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재개발 지역의 어느 허름한 반 지하 골방. 이곳에서 근근히 삶을 이어가는 [응봉동 사모님]과 [아들]은 곧 있으면 철거업체의 거대한 중장비에 깔리게 될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게 비싼 음식을 주문하고 어느 지역에 투자를 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있지도 않은 파출부 아줌마를 부려먹는다. 이들이 땅문서라고 믿는 종이는 사실 [블루마블 게임판]이며 지폐는 이 게임판에 쓰는 가짜 종이돈이다. 또한 다 쓰러져 가는 허름한 반 지하 집은 이들에게 고급스런 원룸이며 천장에 매달아 놓은 해먹은 [아들]에게 [응봉동 사장님]이 선사한 근사한 이층 방이다. 작년 여름, 장마로 인해 집이 잠기고 전기가 끊어졌던 기억도 이들에게는 튜브를 타고 신나게 수영을 했던 즐거운 추억으로 되새김질 된다. 더 이상 재개발 지역에서 살 수 없게 되자 강원도의 허름한 비닐하우스를 구하러 떠난 [응봉동 사장님]도 이들에게는 목 좋은 땅을 계약하러 떠난 사장님이며 오히려 강원도가 아니라 해외의 투자가치가 있는 땅을 고르지 못한 [응봉동 사장님]의 소심함을 연민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식사로 주문한 생선이 활어가 아니라며 투덜대고, “하이디가 먹던 알프스 물”이 떨어졌다며 파출부의 부재에 짜증을 내는 이들에게도 철거업체의 굴삭기는 점점 더 어둠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철거업체 직원의 마지막 회유도 현재의 “인테리어가 마음에 든”다는 이유로 거부한 [응봉동 사모님]과 [아들]은 결국 지붕이 철거되고 하늘이 방 안으로 그 모습을 드리워도 “이젠 밤하늘을 보면서 잠을 잘 수 있겠다”며 기뻐한다. 그리고는 다음날 강원도에서 돌아온 [응봉동 사장님]이 떠날 것을 권유하자 초라한 산꼴짜기로 떠날 수 없다며 계속 이곳에서 살 것을 다짐하고, 그렇게 그들의 비참한 삶은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을 받아 들이 듯 계속된다.
이렇듯 숙명적으로 비루할 수밖에 없는 인간 삶의 본질을 [상류층 코스프레]라는 유희를 빌어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이번 작품은 과연 존재란 무엇인가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과 철학적 질문을 통해 관객을 사유의 블랙홀로 빨아들인다.

인간 존재의 숙명적 절망을 풍자로 후벼파는 블랙코메디

재개발 지역의 허름한 판자촌. 다 쓰러져 가는 남루한 집에서 모자(母子)가 자신들이 상류층의 부류인 양 착각 속에 살아간다. 그들은 땅문서를 모아 놓고 어디에 투자를 할지 고민하지만 기실 그 땅문서란 “블루마블 게임”에 사용하는 가짜 종이돈이다. 엄마는 어울리지 않는 드레스를 걸치고 일하는 아줌마가 말도 없이 관뒀다며 투덜대고 아들은 장마 때문에 집에 물이 들어찼을 때 수영하던 추억을 떠올리며 자신은 카누선수가 되었어야 한다고 아쉬워한다. 현실은 그들의 머릿속에서 환상이 된다.....
본 작품은 우리 사회의 암울한 단면을 이야기 하고 있다. 고도성장 및 문명의 발전 이면에 그림자처럼 드리워져 있는 비루한 인간의 삶을 “부자 코스프레”라는 장치를 통해 무섭고도 극단적으로 그려내는 섬짓한 블랙코메디의 성격을 띠고 있기도 하다. 관객은 시종일관 어이없는 상황과 인물들로 인해 웃음을 유발하지만 종국에는 마음 한 켠, 아련하게 자리하는 묵직한 슬픔을 느낄 것이다. 그 슬픔의 정체는 묘하나 또한 자명한 어떤 실체로 가슴을 후벼 판다.

2012 희곡아 솟아라 선정작품

본 작품 평상은 서울연극협회에서 신진 극작가들의 작품을 발굴, 집중 육성하기 위해 매년 시행하고 있는 희곡공모사업 [희곡아 솟아라]에 당당히 최우수 희곡으로 선정된 신예작가 윤미현의 작품이다. 최근 2, 3년 동안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신진작가들이 대거 참여하여 경쟁했던 이번 사업에서 작가 윤미현은“현실의 부조리함을 극명하게 연극적으로 잘 표현하고”“무대를 활용하는 연극적 상상력도 돋보”였으며 “희곡의 구성과 대사의 힘도 좋”아 “전체적인 완성도가 뛰어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앞으로 우리 연극계를 짊어질 뛰어난 극작가로써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인간존재의 숙명적 비루함을 예리한 시선으로 날카롭게 파고든 신예작가의 발직하면서도 경악스러운 이번 작품이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하리라 기대한다.

작가의도
깊은 방. 좁은 골목.
갓 발라놓은 시멘트 바닥에, 발바닥 자국을 화석처럼 찍어 놓고 사라지는 사람들. 도시에서 사라지는 숱한 사람들. 그들이 살았던 깊고 깊은 방. 도시에서 나는 고약한 냄새가 그들을 심하게 덜컹거리게도 하고 멀미나게 만들기도 하고.
그들이 견뎌야 하는 날들. 그들의 몸을 뉘이게 할 수 있는 방들이 타의에 의해 사라지는 현실. 떠나왔던 이들이 다시 어디론가 떠나야 하는…….집 속의 방들이 허물어진다.
작은 방. 한 가족이 고군분투하며 지켜왔던 방에서, 마지막 하루를 지극히 현실적이면서, 한편으로는 전혀 현실적이지 않게 그려보고자 했다. 현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고단하다. 우스꽝스럽게 하루를 보내며 짓누르고 있던 삶의 무게를 조금 덜어내어 보고자 이들에게 게임을 제시했다. 까짓것 마카오에 호텔도 좀 사고. 브라질에 별장도 좀 짓고. 코펜하겐에서도 좀 사지. 우리라고 못 살 건 또 뭔가…….
좁은 골목길 바닥에 화석처럼 찍힌 그들의 발자국이 어느새 다시 시멘트로 덧발라지고 있다.

연출의도
이번 작품제작의 핵심 줄기는 “삶의 고통을 유아적 유희로 치유하고자 하는 인간존재의 절박함과 그 부조리‘입니다. 절망적 환경 속에서 그 환경을 역으로 인식, 마치 넉넉하고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는 듯한 착각 속에서, 혹은 그런 척하며 살아가고 있는 인물들을 통해 깊은 절망과 고통을 역으로 표현하고 있다.
무대는 찌든 때로 얼룩진 바닥위의 낡은 평상이 전부이다. 그리고 그 평상 위, 어느 한쪽엔 덩그러니 해먹이 매달려 있다. 현실적 공간은 재개발로 허물어지기 일보직전인 판자촌 지하 골방이다. 무대 위에는 집 천장을 상징하는 넓은 벽이 매달려 있고 이 벽의 한쪽 면에는 극중 상황, 혹은 그 상황이 주는 절망, 공포, 불안 등을 표현할 수 있는 영상이 투여된다. 이러한 장치들은 극이 진행될수록 점점 인물들을 억압하고 궁지로 몰 듯 무대를 잠식해간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는 이런 오브제들의 추락, 파괴, 해체를 통해 인물들이 맞게 되는 부조리한 삶의 파괴적 종말과 끝없는 절망을 표현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