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경외스러운 몸의 실재를 파헤치는 현대적 에너지 
Jan Fabre의 <Quando l’uomo Principale e una donna>는 몸의 실재에 대한 비밀스런 진실을 파헤친다. 작품에서 그가 진실을 말하는 방식은 무정부상태의 사랑과 몸에 대한 경외를 전파시키는 메니페스토를 근간으로 한다.
홀로 출연하는 주인공(허성임)이 모계사회로 회귀하는 가장 높은 도약을 위한 제의 준비에 온 정신이 팔려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제의 준비에 사용하고 있는 오브제는 올리브 오일이다. 정서적으로 강렬한 상징을 뿜어내는 올리브로 포장된 세상에 위치한 주인공은 모계사회로의 변형의 기운을 느낀다. 주인공은 마술사의 속임수를 사용하여 제의적 변형을 시도한다. 작품 내내 공을 자신의 바지 속에 넣었다가, 가슴에 넣었다가, 입에 넣었다 하며 주인공은 관객들에게 “이 자웅동체(雌雄同體)는 성이 없는 천사가 되었다!”라고 외친다.
Fabre가 주인공의 솔로 연기에 기대하는 바는 남다르다. 그가 자신의 연극에 있어 새로운 코드라 칭하는 솔로 주인공은 심볼과 표상과 이미지의 세계가 고집하려 하는 심오함과 대조되는 현대적인 에너지를 창출한다. 현대적인 에너지는 신체를 단순히 하나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많은 형태와 가능성을 포함한 신체로 거듭나게 한다.
무용수는 병이 가득 매달린 천장 밑에서 춤을 추는데 처음에는 천장에서 몇 방울씩 떨어지던 올리브 오일이 나중에는 마구 쏟아져 내리고 마침내 온 무대가 올리브 오일로 인해 반사되는 공간으로 변하게 된다. 이러한 공간에서 한 인간은 끊임없는 변화를 보여준다. 남자에서 여자로, 인간에서 동물로, 직선에서 곡선으로, 구르고 미끄러지는 움직임에서 점점 더 가지를 뻗치며 자라는 나무 그리고 스스로 수태된 백조처럼 위로 천천히 솟구치는 움직임으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다. 올리브 오일이 넘쳐나는 작품의 분위기는 한여름의 이탈리안 풍 이지만 부드러운 여름의 산들바람으로부터 폭풍까지 바람의 세기는 다양하게 변화한다.
나는 오히려 연극의 기술, 이미지의 구축, 몸의 변용에 관심이 있다. 따라서 난 배우가 무엇이고 무대에서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해 완전히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나에게 있어서 배우는 자신을 너무나 자주 바꿔 자신의 존재를 아예 잊어버리고 수많은 군중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또는 어떤 경우에는 자신을 너무나 자주 바꿔 일종의 동물로 변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