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善과 惡의 戰爭. 인류 역사 이래 가장 오래된 변하지 않는 확고한 진리. 그러나 두 개념은 시대의 변화와 처한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조선 정조 7년 황해도 송화현에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재구성한 사극을 통해 선과 악의 정의를 찾아보고, 추적해 보고자 한다. 누구라도 권력에 빠지면 악의 유혹과 타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을 변명하고 싶진 않다. 그것을 경계하자는 것이다. 백성은 서글픈 현실에도 소소한 웃음을 유발한다. 해학과 풍자. 극중 굿과 살풀이춤은 해탈의 돌파구를 찾고자 함이고, 태껸은 생존과 자존을 위한 몸부림이다. 왕은 사대외교에 찌들고, 넓게 세상을 보자며 육두문자를 지껄인다. 권위를 무너트리고, 꿈과 미래를 위해 함께 가자고 말하고 싶었다. 함께 살아갈 우리 모두의 세상이기에... 장대비가 쏟아지는 심야의 살인사건이라는 어두운 소재와 대비되는 빠른 탬포. 그리고 코믹터치를 통해 극적 아이러니를 강화하고자 한다. 미니멀한 무대와 대비되는 화려한 의상,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다양한 음악, 쉴 새 없이 벌어지는 장면전환 속에 일인다역 또는 다인일역을 맡은 배우들이 퍼즐놀이를 하듯 관객들과 끊임없는 지적게임을 벌인다. 범인은 누구인가? 안진사는 어떤 인물인가? 사건의 진실은 무엇인가? 특히 안진사 배역은 다인일역으로 연기한다. 무대 뒤편에 걸려있는 안진사의 옷을 걸치는 순간 어떤 배우든 안진사로 바뀐다. 안진사가 지닌 여러 측면의 인격을 배우들이 돌아가며 맡아 각기 다른 얼굴로 표현한다. 우리는 누구나 안진사가 될 수 있다는 은유이다. 연극 “안진사가 죽었다”는 전체가 한판의 놀이이자 굿이다. 같이 놀자고 하는 연극이다. 같이 웃다가 울다가, 다친 마음 위로받고 맺힌 억울함을 풀과 가는 굿판 같은 연극을 의도하였다.

줄거리

누가 안진사를 죽인 것일까?정조 7년, 황해도 송화현. 장대같은 비가 쏟아지던 칠흑같이 어두운 밤.양반들이 모여 시문을 논하는 문회소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유생들과 함께 잠을 자던 진사 안종면이 흉기에 배가 갈려 죽은 채 발견된 것이다.대청마루가 피바다가 되었지만 문회소에 있던 어누 누구도 살인을알아차리지 못했다.한여름 밤에 벌어진 귀신도 곡할 살인. 누가 안진사를 죽인 것일까?사건의 실마리를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던 송화 현감은안진사와 원환관계에 있는 정여인을 체포하여 고문을 가해 범행을 자백 받는다.그러자 그녀의 외동딸 오애기가 한양으로 달려가 대궐 앞에서꽹과리를 두드리며 억울함을 호소한다.사연을 들은 정조는 사건을 재조사할 것을 명하고 특별수사관 이강헌을 송화에 파견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