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창작예찬의 4번째 작품
<충분히 애도되지 못한 슬픔>은 2007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실시한 '창작희곡활성화 지원사업'의 선정된 작품이다. 본 공연은 사업취지에 따라 일여 년의 기간 동안 '튜터리얼시스템-세미나-낭독공연-워크샵'과 같은 체계적인 단계를 거쳐 희곡문학에서 완성도 높은 하나의 공연으로 탄생되었다.  

1980년과 2008년을 잇는 슬픔의 버라이어티 쇼
<충분히 애도되지 못한 슬픔>은 비극적 코미디이다. 또는 코믹한 비극이다. <고도를 기다리며>에서는 두 명의 광대가 나와 끊임없이 지껄이듯이, 여기서는 세 명의 악당이 나와 만담처럼 지껄이며 까분다. 그러나 그들의 속사포 같은 대사들 사이에서, 그 웃음 사이 사이에서 우리는 검은 현실을 본다.

<충분히...>은 비뚤어진 코미디이다. 등장인물들의 대사는 거침없이 웃겨대지만, 그들은 좀비처럼 그악스럽고 불쌍하다. 권력을 가진 무리에게 조무래기 악당들은 하찮은 괴물 같고, 권력에 눈먼 이들에게 봉기하는 시민들은 좀비와 같은 존재이다. 배우들의 연기는 그렇게 그로테스크한 모습으로, 비뚤어진 시각을 통해 보여진다.

<충분히...>에는 시청각적으로 다양한 기법들이 펼쳐진다. 공간은 추상과 현실이 뒤섞여 전개되며, 인물들은 80년대적이면서도 21세기적이다. 대사와 몸짓의 스타일이 그러하며 의상 또한 그러하다. 음악 또한 비속한 유행가와 거룩한 클래식이 교차된다. 시공간의 틈새를 채우는 영상 또한 기록과 현실 배경의 재현을 넘어, 슬픈 만화경으로서 강렬한 잔상을 남길 것이다.

<충분히...>은 관객에게 굳이 현실비판적인, 역사비판적인 시각을 요구하지 않는다. 광주에 대한 어떤 금기도 이 무대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마도 관객을 깔깔거리거나 맥없이 웃고 말지도 모른다. 그러나 극장을 나서며 관객은 2008년 오늘의 슬픔이 1980년 그때의 슬픔과 달라지지 않았음을 어느새 알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미 ‘안락사’했다는 광주는 아직 죽지 못했다.

줄거리

1980년 5월 광주, 신나 냄새가 진동하는 허름한 창고. 세수와 타짜 그리고 띨박 세 명의 친구들이 서로 욕하고 때리면서 안부 인사를 하고 있다. 창고 밖 시위대의 구호와 함성소리는 도시 전체를 집어삼킬 만큼 시끄럽다. 그들은 한 동네 한 학교를 나온 불알친구다. 서로 안 본 사이 세수는 공갈사기 6단으로 한쪽 다리를 절게 되었고, 타짜는 사기도박으로 손가락을 잃었다. 띨박은 그나마 조용히 살았지만 정신병원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된다.

오랜만에 만난 세수는 친구들에게 한탕벌이로 위장사고를 제안한다. 돈에 굶주렸던 이들은 바로 한 팀을 이룬다. 세수의 지휘아래 타짜는 사고가 일어나면 험악한 얼굴로 합의를 보기로 하고, 띨박은 쌩 다리를 분지르게 된다. 드디어 이들은 지나가던 차에 띨박을 밀어 위장사고를 내는데 성공한다. 띨박을 데려간 승용차. 분명 시내 병원 어딘가에 있을 거라 생각하며 세수와 타짜는 광주에 있는 온 병원을 뒤진다. 그러나 온 병원은 투쟁으로 부러지고 피 흘리는 환자들이 넘쳐나도 띨박은 보이지 않는데…

캐릭터

세수 | 세 친구중 그나마 깔끔한 외모와 두뇌를 가진 공갈사기 6단

타짜 | 과거 사기 노름꾼으로 타고난 괴팍한 외모와 단순무식의 절정판

띨박 | 자신이 외계인메신저라 믿는 순수함이 의문가는 정신 병력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