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오레스테스 3부작>은 3부작의 형태로 지어진 그리스 비극 중에서 유일하게 거의 완전한 형태로 전해지는 작품이다.
국내에서는 주로 오레스테스를 중심으로 하나의 이야기로 함축하여 공연되었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3부작 각각의 특성을 살려내면서 조금씩 다른 연극적 양식을 시도한다.
1부 <아가멤논> - 말의 연극성이 극대화 된 연극
전쟁 영웅 아가멤논과 부인 클리테메스트라의 팽팽한 심리전, 남편을 도끼로 쳐죽이는 클리테메스트라와 시민들의 설전이 이어지면서 '말의 연극'으로서의 희랍극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말이 만들어 내는 심리적 공간과 한 치의 양보 없는 개인의 입장들이 부딪히는 인식의 연극이 될 것이다. 여기에 예언자 카산드라의 주술적 언어까지 가세하여 말의 연극성이 극대화된 양식을 보여준다.
2부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 - 제의와 행위의 연극
엘렉트라와 제사를 지내어 온 여자 코러스들의 제의로 시작되는 2부는 오레스테스와 조우하면서 급 진전되어 발 빠른 행동의 연극으로 이어진다. 오레스테스가 어머니를 살해하고 죄의식으로 인해 복수의여신들에 대한 환상에 쫓기는 장면까지 이어지는 2부는 일상 속에 잠복되어 있는 광기와 죄의식들이 폭발하면서, 역동적이고 불균질하며 리드미컬한 행동의 연극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특히 인간 내면의 복수심을 증폭시키고 행동하게 하는 것이 제의라는 점이 흥미롭다.
3부 <자비로운 여신들> - 치유와 씻김의 연극
아폴롤ㄴ과 아테네에게 도움을 청하는 오레스테스와 클리테메스트라의 복수를 실현하려는 복수의 여신들과의 대립이 재판으로 이어지며 "남편을 죽인 아내" "어머니를 죽인 아들"의 정당성에 대한 한 치의 양보 없는 설전이 벌어진다. 양측은 관객을 배심원으로삼아 자신들의 입장을 지지해줄 것을 호소하며 공연장은 하나의 큰 재판장이자 토론장이 된다. 관객들은 재판장에 온 시민이 되어 자신의 의사표시를 하고 연극에 참여할 수 있다. 결국 이 모든 과정은 복수의 여신들이 설득되어 자비로운 여신들이 됨으로써 치유와 화해의 씻김으로 이어지며 대단원을 내리게 된다.
줄거리
1부
오레스테스 3부작의 첫 편인 [아가멤논]은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고향으로 돌아온 영웅 아가멤논이 아내 클리테메스트라의 손에 비참하게 암살당하는 사건을 소재로 한다. 무대는 그리스에 있는 아가멤논의 궁전. 트로이의 함락 소식이 전해지고, 곧이어 아가멤논이 포로인 예언자 카산드라를 데리고 궁전에 도착한다. 아가멤논은 욕실에서 아내의 손에 의해 카산드라와 함께 피살된다. 곧이어 클리테메스트라의 정부 아이기스토스가 등장하여 그리스의 새로운 지배자가 된다.
2부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은 타국에 머물던 아가멤논의 아들 오레스테스가 남몰래 고향을 찾아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아버지의 무덤을 찾은 오레스테스는 제사를 지내기 위해 찾아온 여인들 사이에서 누이 엘렉트라를 알아본다. 남매는 부친의 무덤 앞에서 복수를 하기로 다짐한다. 궁전을 찾아간 오레스테스는 왕위를 빼앗은 아이기스토스를 먼저 죽이고, 나중에는 아버지에 대한 의무를 지키기 위해 친어머니인 클리테메스트라까지도 처단하고 만다. 무시무시한 존속 살해의 범죄를 처벌하기 위해 복수의 여신들이 나타나자, 오레스테스는 괴로워하며 미케네를 떠난다.
3부
[자비로운 여신들]에서 오레스테스는 아폴론 신의 조언을 따라 지혜의 여신 아테나가 보호하는 도시 아테네로 향한다. 곧이어 법정에서 복수의 여신들과 오레스테스 간에 팽팽한 설전이 벌어진다. 변론을 맡은 아폴론 신은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어머니를 죽인 오레스테스의 행위는 정당했다고 주장한다. 배심원의 투표에서는 의견이 반반으로 갈렸지만, 재판장인 아테나 여신이 아폴론의 의견에 동조해 무죄를 선언함으로써, 오레스테스는 결국 복수의 여신들의 위협에서 벗어난다. 복수의 여신들은 격분하지만, 결국 지혜의 여신에게 설득되어 아테네를 수호하는 ‘자비로운 여신들’이 되기로 맹세하고 영혼들을 위로하는 씻김의 굿판을 벌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