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로젤은 한국에서 1991년 초연이래 2002년 순회공연까지 3,000회 이상 공연에 백만을 넘어서는 관객을 동원하여 모노드라마사상 신기원을 이루며 연극계의 관심을 집중시킨 작품이다.
여성의 삶의 본질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남성 지배적 사회에 대한 항변과 여성의 독립된 인격화를 갈구하는 내용의 로젤은 1969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타우프만 상을 수상한 독일작가 헤럴트 뭘러의 1987 작품으로, 아비뇽 연극제에서 최고의 찬사를 받은 일인극인 모노드라마이다.
작가는 주인공 로젤이 경험하는 성적착취의 근본원인을 지배-피지배의 사회구조로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아마 많은 남성들 중에서 아버지를 찾았나 봐'라는 반복되는 대사에서 나타나듯이 프로이드적 무의식의 엘렉트라-콤플렉스로 설명, 부성애의 갈증을 바탕에 둔 여인의 인간적 욕구 파괴 과정을 처절한 리얼리즘으로 보여준다.
여주인공 로젤의 독백으로 이어지는 이 극의 중심적 갈등과 메시지는 여성의 자아실현 욕구와, 아버지, 그리고 수많은 남성들로 대표되는 사회전체의 구조적 독선이 얼마나 여성만이 아닌 사회 전체를 파괴하고 있는가를 말하고 있다.
줄거리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를 꿈꾸던 '로젤'이라는 이름의
한 여성이 어린 시절의 친구를 찾아 다니며
자신의 삶을 재미있게 들려주는 고백 형식으로
두곳의 술집을 옮겨가며 약 1시간 20분간 진행된다.
끝내 이루지 못한 어린 시절의 아름다웠던 꿈과 청소년기에 인격적 갈구 힘들었던 사회 생활, 사랑의 상처, 어두운 결혼생활, 남성 문화권 안에서의 여성적 착취 등 그에 따른 처절한 고통들을 아주 즐거웠던 옛날 이야기를 하듯 태연하고 능수능란하게 이야기하며 관객을 극 속으로 끌어들인다.
관객은 일견 자신과 무관한 한 여인의 삶을 들으면서도 어느새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울고 웃으며 함께 대화하고 공감하는 친구입장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 품어보는 아름다운 꿈이 타인에 의해 짓밟혀 결국 일그러진 꿈을 안고 살아가는 상처받은 여인인, 주인공 로젤의 삶은 단지 전혀 무관한 타인의 삶이 아니라 세상 곳곳에 드리워져있는 어두운 그림자 안에서 누군가의 따뜻한 한 줌 사랑을 그리워하는 지금을 사는 우리 모두의 삶의 편린이며 자화상인 것을 깨닫게 된다.
막이 내리기 전 30대의 지치고 초라한 로젤은 말한다.
'난 바이올리니스트가 되고 싶었는데... 그 꿈 하나 이루기가 이다지도 힘이 든단 말인가?
정말? 정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