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기획의도
2013 게릴라극장 해외극 페스티벌 희랍극 두 번째 무대 ‘그 사람의 눈물’...
게릴라극장은 매년 우수한 해외레퍼토리들을 선정하여 기획전을 열어왔습니다.
올해는 서양연극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희랍극을 레퍼토리로 선정하여 “지금, 여기, 우리연극” 과 만나게 함으로써 더욱 풍부한 연극적 사유와 양식을 실험하고자 합니다.

아이스킬로스(Aeschylos)의
‘오레스테이아(Oresteia)’에 이어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결박된 프로메테우스’...
‘그 사람의 눈물’이라는 제목으로 본 페스티벌의 두 번째 무대를 선보입니다.

2007년 ‘내 동생의 머리를 누가 깎았나’로 대학로에 첫 작품을 선보인 지경화 작가의 각색과
극단 골목길의 박근형 연출가, 극단 골목길의 탄탄한 배우들이 함께 어우러져 선보일 본 공연은 번역극, 특히 희랍극이 어렵다라는 기존의 틀을 깨고 2013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네 삶 속에서의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관객들에게 편하게 다가서려 합니다.

작품의도
아이스킬로스는 프로메테우스를 통해 사람과 같은 모습으로 번뇌하고 고통 받는 신을 그렸습니다.
인간처럼 생각하는 신의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줍니다.
어떻게 신이 인간과 같이 생각할 수 있을까요. 더 나아가 어떻게 인간처럼 고통 받을 수 있을까요.
인간의 지위가 높아졌기 때문일까요. 신의 지위가 낮아졌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본래 인간과 신은 같은 것일까요.
저는 이런 것에 대해 생각했고, 어떻게 그런 놀라운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천천히 풀어보고 싶어졌습니다.

신화 속에서 티탄 신으로 등장하는 프로메테우스와는 다르게, 이번 작품 ‘그 사람의 눈물’ 속의 프로메테우스는 사람도 신도 아닌 인물입니다.
그러나 이 말은 프로메테우스가 ‘경계인’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프로메테우스의 태도에는 ‘이동’이나 ‘변화’가 없고 ‘서성거림’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저 인간의 심장을 가진 신. 인간도 신도 아닌, 이러한 새로운 종족이 태초에 있었고,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러한 낯선 이의 후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시간을 따라 지위를 얻거나 잃지 않고, 근본적으로 완전히 새롭게 태어났으며, 시간을 뛰어넘어 근래에도 여전히 어떤 형태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을 다시 쓰면서, 어쩌면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을 사랑하는 이유는 그가 인간처럼 고통을 느낄 수 있다는 것. 바로 거기에서 시작한다는 생각에 다다랐습니다.
그러므로 죽음 없이 고통 속에서만 존재하는 프로메테우스는, 결국 끝없이 인간을 사랑해야 할 형벌을 받고 있는 셈입니다.
프로메테우스의 고통만을 생각했을 때 그것은 형벌일 뿐이지만, 그것이 인간을 사랑하는 프로메테우스의 본성과 맞닿아있었다는 점을 떠올리면, 프로메테우스가 고통을 ‘남김없이’ 받아들이는 태도를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프로메테우스의 고통이 인간을 사랑하게 만든 것처럼, 한 인간의 고통도 어떤 것을 깊이 사랑하게 만드는 면이 있습니다.
‘그 사람의 눈물’을 보고 난 뒤 그런 점을 생각할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각색 : 지경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