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현실에 남겨져 있는 과거의 흔적을 신화로 재창조
이 작품은 “현재와 과거 넘나들기”와 “신화와 역사 넘나들기”를 통하여 그 시대의 정치적 문제를 제기한다. 왜냐하면 트로이 전쟁은 아테네 시대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상징이었고, 에우리피데스는 이 작품을 통해 전쟁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에우리피데스는 당시 전쟁의 잔인성과 비인간성을 폭로하는 수단으로 과거의 트로이 전쟁을 신화로 재창조 한 것이다.

제국주의적 보편주의에 맞선 현실참여 시인, 에우리피데스
에우리피데스의 비극은 당시 사회적 배경에 대한 해답을 제시보다는 문제제기에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의 비극은 아이스킬로스의 숭고한 비극과 소포클레스의 원숙한 비극이 보여주는 완결성과 자심감이 결여되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그의 비극에는 신화적 영웅이 아닌, 이전에 주목받지 못한 패잔국의 여성 등, 중심에서 배제된 자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는 그들이 처한 사회적 정치적 모순을 통해 제국주의의 지배적 이데올로기가 야기시키는 반(反)인륜성을 고발한곤 했다. 이것이 에우리피데스가 작가로서 또는 예술가로서 지니는 남다른 지위이며, 지금도 그의 작품이 올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에우리피데스의 “트로이의 여인들”
에우리피데스의 “트로이의 여인들”은 전쟁에 패한 자들의 이야기이며, 패자가 승자에게 전쟁의 모순을 일깨워 주는 이야기이다. 전쟁은 결국 인간의 파멸이며, 어떤 권력과 체제도 개인을 억압하고는 온전하게 유지 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모든 것을 잃은 여인들의 고통을 통해 전쟁의 위험성을 경고하는데 그치지 않고, 평화에 대한 희망을

예술은 현실의 논쟁과 갈등 속에 존재하는 삶의 행위
“트로이 여인들”은 등장인물의 논쟁과 갈등을 통해 특정한 믿음을 강요하거나 방향성을 제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문제제기를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자유롭게 토론하고 판단하도록 한다.
에우리피데스는 예술이란 극장을 넘어서 현실에 대한 이해와 자기 인식의 한계를 극복하는 삶의 행위이고, 예술의 존재방식이라는 것을 이 작품을 통해 보여준다.

줄거리

트로이 10년 전쟁 이후, 패망한 트로이의 남겨진 여인들의 운명을 다룬 이야기이다. 아테나와 포세이돈은 트로이 전쟁에 승리한 후 자신들의 신전을 모독한 그리스군에 대한 처벌을 논의한다. 승리한 그리스연합군의 전리품으로 전락한 트로이의 여인들은 삶의 공포와 죽음의 경계에서 고통스러워한다. 한때 트로이의 왕비였던 헤카베는 모든것을 잃고, 트로이를 정복한 장군 오디세우스의 노예로 전락한다. 그녀의 딸 카산드라는 신의 선택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아가멤논의 첩으로 배정된다. 카산드라는 아가멤논의 파멸과 자신의 죽음을 예언하며 스스로 조국을 떠난다. 정숙한 아내로의 명성이 높았던 헥토르의 아내 안드로마케는 그 명성 때문에 아킬레우스의 아들에게 선택되었고, 그녀의 아들 아스티아낙스는 그리스 장군들의 결정에 의해 성벽에서 던져져 죽음을 당한다. 트로이 전쟁의 원인을 제공했던 전설적인 미녀 헬레네는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며 헤카베와 논쟁을 펼친다. 그러나 그녀의 전 남편이었던 메넬라오스는 트로이에서 그녀를 죽이지 않고, 그리스로 데려가겠다고 고집한다. 결국 절망과 고통 속에서, 앞으로 살아갈 날들의 행복도 기약하지 못하는 트로이여인들은 불타는 트로이를 뒤로한 채 그리스로 향하는 함대로 발길을 돌린다. 그래도 살아야하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