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아직도 흔들리고 있는 당신을 위해…” 눈부신 풍경을 대할 때 눈물이 나는 사람이 있다.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면 가슴이 아려오는 사람이 있다. 나이는 들었어도 아직 사춘기를 끝내지 못한 이들, 보이지만 잡을 수 없고, 들리지만 스며들지 않는 멀고 먼 이상향에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살아가기 위해 생겨났다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추한 얼룩들을 부끄러워 한다. 그래서, 그토록 그리워하다가도 막상 아름다움을 마주할 때, 어쩔 줄 몰라 한다. 이들은 안으로 안으로 늘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안녕, 피아노』는 이들을 위한 노래다.

줄거리

갑자기 몰락한 미정의 가족은 초라한 중소도시의 작은 모텔을 돌보는 일로 간신히 비참한 지경을 면하게 된다. 지방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미정의 부탁으로 유일하게 남겨진 피아노가 모텔 방에 놓이게 되자, 아버지는 모텔 이름을 ‘피아노’라 정한다. 아버지는 천박한 다른 모텔과 달리, 반드시 자고 갈 손님만 받겠다는 비현실적인 원칙을 정하고, 오는 손님들에게 피아노가 있는 최고급 모텔이라느니, 딸이 피아노를 전공했다느니 하며 치졸한 자랑을 늘어놓는다. 무너진 자존심을 감당할 수 없는 어머니 역시 모텔 앞마당에 꽃밭을 가꾸며 현실을 외면한다. 동네 피아노 학원에서 ‘물건 찍어내듯’ 아이들을 가르치는 미정은 피아노를 애타게 원하면서도 자기자신과 처지를 추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마음껏 소리 내어 치지 못한다. 모텔엔 점점 손님이 줄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아슬아슬하게 지탱하던 가식을 견디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나그네’라고 자처하는 한 남자가 모텔로 온다. 다른 손님들과 달리 나그네는 모텔에 놓인 피아노를 흥미 있게 바라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