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우리 연극의 뿌리 찾기
본 사업은 100년전 공연되었던 연극을 2개의 버전 - 100년전 공연되었던 원전 그대로와 100년전 희곡을 오늘의 현실에 맞게 재해석하고 각색하여 무대에 올림으로써 당시의 우리 연극이 추구했던 방향과 특색, 그리고 그들의 연극정신을 되새기고 또 100년 전 연극이 오늘날 우리에게 어떻게 해석되어지고 무대 위에 구현되어지는가를 시도해 보는 가치 있는 작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분야든 그 분야가 생성되기 시작한 최초의 뿌리를 되짚어 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더구나 오늘날 연극에 몸담고 있는 예술가로써 연극이 최초에 어떻게 우리에게 보급되었는가를 추적해 보고, 또 당시의 연극인들이 어떠한 정신과 철학으로 연극작업을 해왔는가를 더듬어보는 일은 오늘을 사는 연극 예술인들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감은 물론, 다시 한 번 연극이 갖는 사회적 존재이유에 대해 철학적 성찰을 할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단순히 100년 전 공연을 현재에 그대로 재현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오늘날의 우리 사회의 현실에 맞게 각색하여 공연하는 것은, 과연 100년 전의 연극이 오늘날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 갈 수 있고 또한 어떤 식으로 해석되어질 수 있는지를 실연하여 연극이 갖는, 시대를 아우르고 각 시대의 패러다임을 관통하는 예술로써의 존재의미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두 명의 연출가, 두 개의 작품
이번 공연은 현장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연출가 이종훈, 김태훈 두 명의 각기 개성에 따라 다른 색깔의 공연이 올라갈 예정이다.
연출가 이종훈은 100년전 원본 그대로를 무대에 올려 우리 연극의 원형을 찾는 작업의 연장선으로 이번 공연을 올리게 되고 연출가 김태훈은 원본의 이수일과 심순애를 오늘날의 우리 시대에 맞게 새롭게 각색, 현대판 이수일과 심순애로 옷을 갈아입고 무대에 오르게 된다.
더군다나 두 명의 연출가는 세대뿐만 아니라 추구하는 연극적 개성도 많이 다르기 때문에 이번 공연은 비록 한 작품을 뼈대로 하지만 관객들은 두 개의 공연을 관람하는 듯 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즐거움을 가질 것이다.

2013 이수일과 심순애
‘이수일과 심순애‘ 하면 김중배의 다이아몬드에 무너지 심순애를 원망하는 이수일이 떠오른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다이아몬드를 통해 구애를 했던 김중배나, 그 다이아에 취해 사랑을 배신한 심순애도 본질적으로 바라본면 죄는 아니지 않나 생각을 해본다. 오히려 현재가 가난하다면 적어도 미래를 위한 확실한 비전을 통해 순애의 사랑을 쟁취해야 했던 이수일이 바보같은 거 아닌가?, 하는 생각.
이번 작품은 이런 발직한 상상에서 출발한다.
어쩌면 수일의 사랑이 진실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의구심, 혹은 적어도 순애에 대한 사랑은 진심이었다해도 그 순간 두려움이 앞섰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자신이 감당하기 두려운 사랑, 불확실한 자신의 미래에 대한 두려움, 영원히 자신은 다이아몬드를 못살 것 같은 자신 없음.
어쩌면 수일은 가장 비겁한 남자인지도 모른다.
가정해 본다. 많은 시간이 흐른 후, 그날 그 자리, 그 사건, 그 상황에 대해 오늘날 수일과 순애는 각기 어떤 기억을 가지고 있을까? 그리고 그것을 법정에서, 관객여러분들에게 배심원의 역할을 기대하며 그들의 기억에 대한 현명한 판단을 부탁드리려 한다.

줄거리

2013 이수일과 심순애
1913년 이수일과 심순애의 원작이였던 <장한몽>은 많은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으면서 식민지 조선의 소설 세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발표된 지 50여 년이 지난 1969년에 이르러서도 당대의 인기배우 신성일과 윤정희가 주연한 영화 <장한몽>이 개봉했을 정도였다 한다. 이처럼 눈부셨던 <장한몽>의 인기 비결은 이 소설을 이끌어나가는 개성적이고 매력적인 인물들에게 있었을 것이다. 당시 최고 학벌인 경성제대생으로 입신양명을 꿈꾸는 이수일, 미모가 빼어나고 순정파인 동시에 팜므파탈의 이미지를 지닌 심순애, 동경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재벌가의 자제 김중배. 지금 말로 ‘스펙’으로 치면 최고라는 김중배가 이수일의 연인 심순애에게 한눈에 반해 삼각관계에 놓이면서 이들의 역사는 얽히기 시작한다.
2013년. 소설 <장한몽>이 소개 된지 10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아마도 100년 전 이들에게는 ‘사랑과 배신 그리고 정절’이 사랑의 화두였을 것이다. 그 뒤로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 이 이야기를 다시 읽으면서 그 속에 담겨있는 원초적인 문제를 발견해 보고 싶어졌다. 그것이 어쩌면 ‘기억’이라는 단어로 매듭지어 진 것 인지도 모른다. 사람은 누구나 같은 공간에서 같은 사건을 겪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들의 기억은 이상하게도 서로 다르다. 일어난 사실은 똑 같은데도 말이다. 그렇게 우리는 항상 그러한 시간을 보내면서도 그것을 인식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