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끝나지 않은 이야기 - 하녀들”
장 주네의 [하녀들]은 독특한 작품세계와 강렬한 연출 색으로 공연化 될 때마다 크고 작은 반향을 일으켜왔다. 그러나 정작 하녀들의 ‘이야기’가 관객의 심장을 움켜쥐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컸다.
극단 Yellow Room의 [하녀들]은 원작의 무게에 짓눌린 의미 찾기보다 인물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집중하고자 한다. 그 이야기 속에서 하녀들은 열에 들뜬 꿈을 꾸기도 하고, 비릿한 질투심에 불타기도 하고, 끝을 알 수 없는 절망 속으로 무너져 내리기도 한다. 지금 이 순간의, 우리 자신처럼!
“classical sad horror - 하녀들”
[링], [여고괴담], [폰], [장화홍련], [령] 등 최근 한국영화에서 공포는 단연 눈길을 끄는 주요한 장르이다. 무더위와 함께 어김없이 찾아오는 공포영화는 공포에서 카타르시스를 즐기려는 관객의 수요가 적지 않음을 말해 준다.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포연극은 아직까지 한국연극에서 본격적인 자리매김을 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제 같은 공간, 같은 시각, 살아있는 인물들이 보여주는 연극만이 생산해낼 수 있는 진정한 공포가 관객의 심장을 조일 것이다.
[하녀들]의 공포는 말초적인 신경을 자극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의 뿌리는 우리사회의 기저에 웅크리고 있는 부조리한 인간관계에 있으며, 그것이 어떻게 인간의 악마적 본성과 만나는지를 긴장감 있게 보여준다. 관객은 분노와 콤플렉스가 뒤엉킨 [하녀들] 앞에서 사정없이 발가벗겨진 자아를 대면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절대적인 두려움에 떨게 될 것이다.
“연극이 시작되는 곳 - Yellow Room으로 오세요”
배우와 관객을 이분하는 상식적인 연극무대는 이야기의 몰입을 깨뜨리는 방해요소가 아닐 수 없다. [하녀들]처럼 숨 막히는 살인의 광기에 관한 이야기라면 더더욱 무대와 객석의 거리를 좁히는 작업이 필요하다.
배우과 관객, 그리고 이야기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훌륭한 극장이 될 수 있다.
우리는 그러한 공간을 대안극장 Yellow Room이라 명명한다.
미술의 거리, 홍대 앞에 위치하고 있는 미술학원이 첫 번째 Yellow Room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곳에서 배우와 관객은 동떨어져있지 않다. [하녀들]이 움직이고 있는 공간 안에 관객이 숨죽이고 있으며, [하녀들]이 분노하고 절망하는 순간에 관객도 함께 흔들린다.
“미술 - 무대에 등장하다”
[하녀들]은 상식적인 극장을 뛰쳐나와 미술학원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작품이다. 따라서 그 무대미술 또한 기존 연극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시도를 새로이 해보고자 한다.
화이트와 블랙의 과감한 사용으로 극단적 콘트라스트를 주었고, 크고 작은 소품에도 미술적 감각을 적극적으로 표현하였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하녀들]을 둘러싸고 있는 사물과 공간에도 각각의 성격을 부여할 수 있었다.
이제, 단순한 배경으로서의 ‘무대미술’이 아닌 또 다른 ‘등장인물’이 되어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