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2013 공연예술 창작산실 지원사업 (구 창작팩토리) 우수작품제작지원선정작
2012 창작팩토리 대본공모 당선작
제 50회 동아연극상 참가작

숲 속의 집에서 홀로 글을 쓰는 고일봉에게 가방을 멘 아내가 찾아온다.
"우리 둘 중 한 사람은 죽은 게 맞잖아."

죽어가는 아내를 곁에 두고 죽음을 소재로 한 최고의 비극 쓰기에 몰두했던 고일봉! 아내가 죽자 숲속의 집에 홀로 남아 글을 쓰는 그에게 아내와 첫사랑이 찾아온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그렇게 사랭했던 두 사람인데 아내의 이름도 첫사랑의 이름도 기억나질 않는다! 젊은 작가는 최고의 비극을 쓰기 위해 자신의 작품 속 두 여자를 만나러 간다. 한 여자는 남편을 죽여 그 시체를 가방에 넣어 끌고 다닌다. 또 한 여자는 자살한 남편의 죽음을 완강히 부정한다.

"세련된 곱슬머리에 원형탈모가 있나요? 턱이 뾰쪽하고 갈라져 있나요? 어깨가 좁고 다리가 긴가요? 안경을 셔츠 주머니에 넣어두었나요? 그럼, 남편이 아니에요!"

줄거리

평생을 비극 쓰기에 몰두했던 극작가 고일봉은 노벨상을 수상하게 된다. 그는 노벨상 수상자임에도, 지난 날 자신의 비극들이 사실 비극이 뭔지도 모르고 쓰던 시절의 엉터리에 불과하며, 젊은 날 비극을 쓰기 위해 어설프게 죽음을 이해하는 동안 아픈 아내가 진짜로 죽어가는 순간들을 살피지 못했다는 깊은 자책을 안고 있다.
한편 젊은 작가는 최고의 비극 구상에 돌입한다. 작품을 집필하는 동안 실제로 죽어가는 아내와 대화를 나누던 작가는, 삶에서는 결코 죽음을 체험할 수 없으며, 죽음이란 결국 남은 자의 것임을 깨닫게 된다. 마침내 그는 남은자들을 만나기 위해 자신이 쓰고 있는 극 속으로 들어가기로 결심하는데...
극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사라진 아줌마의 이야기는 우리들에게 모든 '시간'이 모든 '존재'를 품고 있다는 진실을 아름답게 전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