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이번엔, 정말 오나요?”
2002년에 제작된 <홍등>이 2004년부터 세계 투어를 시작하면서 유난히 한국과의 접촉만큼은 ‘공연 결렬’로 마무리되었다는 사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였다. 따라서 많은 극장 관계자, 기획자들 사이에서 <홍등>은 그야말로 가질 수도 버릴 수도 없는 뜨거운 감자였다. 이번에 성남아트센터 내한 소식이 소문처럼 돌기 시작하자 공연 관계자들은 모두 하나같이 입을 모아 되물었다. “이번엔, 정말 오나요?” 이번엔 정말 온다. 바로 이 부분이 <홍등>을 주목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다.
한국의 공연관계자는 믿을 수 없다?
<홍등>은 정부로부터 인정받는 수준 높은 기관인 중국국립발레단의 작품이다. 이들이 장예모의 영화를 발레극으로 장르 전환한 무대에 출연하고, 직접 장예모가 작품을 연출했다는 사실은 세계적인 기획자들에게 솔깃할만한 소스였다. 따라서 이들을 향한 국내 극장과 기획자들의 러브콜은 이미 일찍부터 있어왔다. 그러나 이들은 반드시 ‘10회 공연’이 성사될 것을 주장했고, 명분을 중요시하는 중국적인 문화에 입각하여 국립 대 국립으로서의 자존을 위해 ‘국립극장에서의 공연’을 함께 요구해왔다.
그러나 막상 한국 측에서는 때마다 타계할 수 없는 여건에 부닥쳐 어떤 기획자들도 이들의 요구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중국국립발레단은 “한국은 믿지 못할 나라” “한국 기획자들은 거짓말쟁이” 등의 불신을 키우게 되었고, 이는 한국과 중국 문화 사이에 점점 더 높은 벽을 쌓아갔다.
국가적 차원의 모범적인 기획 사례
2006년 초반부터 <홍등>의 내한 공연을 성사시키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그 즈음 여러 극장 관계자들에게 <홍등>의 DVD를 제공했지만, 썩 만족스러운 답변을 듣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해 4월 <홍등>의 DVD를 확인했던 이종덕 사장(경기도 공연장 협의회 초대 회장)은 경기도 공연장 외 타 극장들과 함께 연합하면 <홍등>을 반드시 국내 무대에 들여올 수 있겠다고 판단, 결과적으로 경기도 문화의전당, 고양문화재단, 국립극장, 대전예술의전당이 함께 협력하여 드디어 장예모의 <홍등>을 한국 무대에 선보일 수 있게 되었다.
<홍등>은 곧 열릴 베이징 올림픽의 오프닝 작품으로 예정되어 있다. 그만큼 국가적인 차원의 중요도가 실린 작품이니만큼 이번 10월, 한국에서 이루어지는 5개 공연장의 극장 연합 무대는 그야말로 국가적인 차원의 한중 문화 교류에 중요한 거점을 마련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이번 사례는 서울 지역에 한정된 공연장에서 암묵적이고 경쟁적인 차원에서 유치한 결과물이 아닐 뿐더러 보기 드문 전국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진 적극적인 극장 협력의 결과물이기 때문에 특히 주목할 만한 기획 사례로 볼 수 있다. 공연물에 대한 높은 안목으로 각기 서로 다른 여건 속에서도 좋은 작품에 대한 한결같은 믿음으로 작품 유치에 대한 바람을 염원했으며, 성사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변함없는 약속으로 서로에 대한 신뢰를 굳건히 했다.
5개 극장이 서로를 신뢰하면서 발전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모습 뿐 아니라 실무를 담당했던 서정림 대표까지 이번 <홍등>의 공연 관계자들은 모두 근본적으로 중국국립발레단의 한국 공연 관계자들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 철저한 사업계획서, 각 극장 도면 서류를 완벽하게 준비하여 설득했으며, 계약 이전에 무대 기술자들을 공연될 5개 극장으로 모두 초청하여 눈으로 직접 현장을 확인시키는 등 중국 공연 관계자들의 한국에 대한 신뢰 회복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였다. 이러한 노력을 지켜본 중국 정부의 관계자들은 <홍등>의 내한 공연이 이루어지면, “초청해 달라, 반드시 직접 관람하겠다”는 예외적인 의사를 밝혀왔다.
이번 <홍등>의 무대는 서울이라는 핵을 중심으로 분포되어 있는 경기 지역의 공연장이 서울 지역 유수의 공연장 못지않게 높은 안목을 지닌 공연 문화를 어느 정도까지 유치할 수 있는지, 그런 기대의 결과물이 지역의 문화 발전에 얼마나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본보기가 될 것이다.
무용극으로 장예모를!
북경 올림픽 총 연출가이자 세계적인 영화감독인 장예모가 연출한 무대 위 한편의 영화! <홍등>은 중국 고전무용과 아크로바틱한 중국 국립발레단이 드라마틱하게 어우러진 초대형 무용극으로 장예모 감독이 최초로 연출한 무용이자 세계적인 센세이션을 일으킨 작품.
장예모는 1997년 뉴욕 필하모닉의 감독인 주빈메타의 초빙으로 <투란도트>를 이탈리아의 한 도시인 플로랜스에서 감독, 연출하였으며 이 공연은 다시 금단의 도시 베이징에서 1년 동안 360,000여 명의 관중을 동원하며 성황리에 막을 내린 바 있다. 한국 공연은 2003년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이루어졌으며, 장예모의 성대한 무대와 화려한 색감, 웅장한 스케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번 <홍등> 무대 또한, 장예모 감독의 웅장한 스케일에 어울릴만한 대작이다. 출연진만 65명에 이르며, 전통악기 연주자 13명을 포함한 72명의 중국국립오케스트라가 함께 내한한다.
중국국립발레단 최초 내한 공연
2001년 <홍등>의 초연 이후 많은 공연기획자, 공연관계자들이 공연 섭외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였고 한국의 많은 발레 팬들이 <홍등>의 한국공연을 기다렸으나, 여러 가지 여건상 한국 공연이 매번 힘들었다.
하지만 성남문화재단과 중국 공연장 간의 작품교류 활성화와 우호증진을 위한 노력과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드디어 성남아트센터에서 중국국립발레단의 초연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문화를 통한 본격적인 한중 문화 교류
<홍등>은 한중 수교 15주년 기념 특별공연이며, 2008 북경 올림픽 개최 기념 공연이다. 이번 공연은 특히 몇 해에 걸쳐 수차례 불발로 끝났던 한국 무대의 첫 번째 공연이기 때문에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이를 성사시킨 데에 성남아트센터 이종덕 사장의 중국 세기극원의 총경리와의 각별한 인연과 성실한 노력이 가장 큰 뒷받침이 되었다. 이번 중국국립발레단의 내한 공연은 앞으로 펼쳐질 중국과의 활발한 공연예술문화 교류의 중요한 징검다리가 되어 줄 것을 확신한다.
영화같은 무대, 그림같은 무대!
중국 전통 건축물을 배경으로 프랑스 디자이너 제롬 카플랑(Jerome Kaplan)의 화려하고 매혹적인 의상, 독일 출신의 안무가인 Wang Xinpeng, 오케스트라의 선율과 중국 전통 경극의 멜로디가 어우러진 이제까지는 볼 수 없었던 동서양의 우아한 만남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제롬 카플랑의 세련되고 아름다운 색감의 의상은 매우 인상적이다. 제롬 카플랑은 성남아트센터에 매년 초청되는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의상 디자이너이기도 하다.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공연이 우아하고 창의적인 의상으로도 크게 주목을 받는 무대였던 것을 감안했을 때, 장예모의 <홍등>의 무대도 의상으로 한껏 빛을 발할 수 있으리란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절제된 동양의 정서, 드라마틱한 발레극
음악, 스토리 라인, 안무까지 각각의 분야에서 우리는 중국이 낳은 세계적인 장예모의 연출 기법을 통해 진정한 동양성에 대한 고민을 엿볼 수 있다. 비록 세계무용예술의 공용어라고 할 수 있는 서양의 발레를 통해 관객들에게 말을 걸고 있지만, 장예모는 결코 동양적 중심을 잃지 않는다.
경극을 수용한 파티 장면, 중요한 순간마다 동양 악기를 고르게 배치한 오케스트라의 연주, 동양적인 감각의 의상, 장치. 이들은 이 무대가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탄생한 무엇인지 분명하게 보여준다.
<홍등>은 ‘중국적인’의 좁은 시각을 뛰어넘어 거시적인 안목에서 동양적인 색채, 동양적인 정서를 고민하는 한국의 많은 공연예술가들에게도 분명히 좋은 귀감이 될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이다.
고전과 현대의 충돌, 퓨전 무극
중국 전통 경극과 그림자극을 발레에 삽입함으로써 중국 전통 무용과 서양의 클래식 발레의 접목을 통한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는 아름다운 전통문화예술과 고난이도의 뛰어난 테크닉의 발레가 어떤 지점에서 조화롭게 섞여들 수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각종 국제영화제 수상작인 영화 <홍등>을 비롯하여 중국 문화계의 3대 천재 (장예모 연출, 청치강 작곡, 왕신펑 안무)의 조우가 만들어낸 예술적인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줄거리

장이모의 영화를 같은 제목과 내용으로 각색한 퓨전 무극은 1930년을 기점으로 시작한다. 한 젊은 여자가 한 봉건 영주의 세 번째 아내가 되기를 강요당한다. 서로 시기와 질투를 일삼고 있는 다른 두 아내는 마지못해 그 새색시를 맞이한다. 영주와 그의 세 아내는 집안에서 북경의 경극이나 마작을 즐기며 시간을 보냈다. 특히 영주와 그의 세 아내는 경,가극을 너무나도 즐겼으며 심지어는 배우들을 집으로 초대하여 같이 마작을 즐기곤 하였다. 마작게임을 하는 동안 영주의 세 번째 아내는 그녀가 사랑하는 경극단의 배우를 만나곤 하였다. 시기심이 가득한 영주의 두 번째 아내는 그들의 비밀스런 만남을 알게 되었고 그것을 영주에게 알렸다. 이런 행동에도 불구하고 두 번째 아내는 영주의 사랑을 얻지 못하였고 사실상 그를 더욱 격분하게 만들었다. 그러자 그녀는 빠른 속도로 점점 미쳐갔고 결국 이 경직된 봉건적 구조의 가족은 철저히 무너지고야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