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기획의도

CIA, KGB, 모사드, 안기부, 국정원... 이런 정보기관들에 대해 일반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주로 TV드라마/영화의 한 장르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첩보물'을 통해 만들어진 부분이 많을 것이다. 냉철한 판단력과 뛰어난 신체 능력을 갖추고, 긴박한 상황에서 신분을 드러내지 않고 은밀하게 임무를 수행하는 고도의 훈련을 거친 익명의 요원들. 어딘가 스타일리쉬하고 쿨하면서도 댄디한 미스티리어스한 매력을 보그병신체로 물씬 풍기는 정보기관의 아우라.

그러나 현실세계에서는,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정보기관이 정권에 적대적인 '불온한' 세력이나 개인을 '쥐도새도 모르게' 처리하는 끔찍한 일이 자행되어 왔고, 이를 통해 우리는 정보기관에 대해 알 수 없는 공포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작년 대선 국면에서 발생한 국정원의 대선 개입 사건은 정보기관의 또다른 어두운 면을 부각시켰다. 정권 연장을 위해 (상식적인 관점에서) 본연의 업무와 하등 상관 없는 치졸하고도 저열한 방식으로 여론 조작을 시도했다는 점 때문에 사람들은 한편으로 어처구니없음을 느꼈고, 더 나아가 분노를 느꼈다.

당시 사건에 대한 수사와 그 결과 발표 과정에 있어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조작과 축소/은폐가 시도되었음이 최근 다시 이루어진 수사를 통해 드러나고, 관련자들의 기소와 각계의 시국선언 등으로 갈수록 사태가 확산되어 가고 있다.

이 공연을 통해 우리는, 사회적으로 큰 의미를 지니는 사건 자체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것은 물론, 조직의 명령에 따랐다가 사건의 중심에 선 문제의 여직원의 심정은 어땠을까라는 다소 뚱딴지같은 발상을 픽션화시켜 따라가보는 한편, 막강한 힘을 갖춘 국가 정보기관의 존재 의의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는 데까지 가보고자 한다.

줄거리

노량진 고시촌에 위치한 아이리스 피씨방.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고시생 청년들이 하릴없이 시간을 죽이는 곳.
이곳에 보기 드문 묘령의 젊은 여인이 출현하고, 급기야 한 고시생 청년이 여인을 흠모하게 된다. 게임을 계기로 둘은 점점 가까운 사이가 되자, 이 여인은 뜻밖에도 국가 정보기관의 요원임이 드러나고, 청년은 선망과 자괴감이 섞인 복잡한 감정을 주체할 수 없다.
마침내 둘은 사랑에 빠지게 되고, 여인은 청년에게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