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처용, 오디세이>는 신라 시대의 설화적 인물 처용과 그리스 시대의 신화적 영웅 오디세우스가 동일인이라는 판타지적 발상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그 어느 누구도 정체를 단정 짓지 못하는 처용을 바다건너 낯선 땅, 낯선 하늘에서 온 외국인 오디세우스로 설정해 소통할 수 없는 자의 불안함과 고독을 말하고, 신과 같다는 불굴의 영웅, 오디세우스의 회귀본능에 사로잡혀 방황하는 인간적인 인물로 만들었다.
<처용, 오디세이>는 후대에 시의 형태로 남아 칭송되는 신화적 인물들을 땅 위로 끌어내려 펼치는 한 판의 굿, 소통하지 못하고 고독하기만 한 우리네 삶의 속내다.
<처용, 오디세이>는 네 가지의 주요한 테마로 이루어져있다.
오디세우스가 처용이 되고, 처용이 다시 오디세우스가 되는 과정, 갈 곳을 모르고 자신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의 이야기가 그 첫 번째이며, (남자의 이야기)
두 번째는 얼결에 의사소통조차 불가능한 처용의 아내가 되어버린 한 여자와 정절을 상징하는 오디세우스의 아내, 페넬로페, 오디세우스의 영원한 아내가 되고 싶었던 여신, 칼립소의 이야기이고, (아내들의 이야기)
세 번째는 오디세우스와 그의 아들 텔레마코스가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지 못하고 갈등하다가 화해하는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이다.
마지막으로 그 모든 역경을 헤치고 집으로 돌아온 오디세우스와 나머지 인물들의 각기 다른 생각과 상황을 통해 '소통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라는 화두를 던지며 막을 내린다. (우리 모두의 이야기)
줄거리
기나긴 트로이전쟁 끝에 귀향 길에 오른 오디세이는 갖은 고난 끝에 여신 칼립소가 사는 오기기아 섬에 난파된다. 빈사의 오디세이를 돌보다 사랑에 빠진 칼립소는 영원한 젊음과 생명을 약소하며 사랑을 구하지만, 오디세이에게 귀향은 일종의 강박관념이다. 질투심과 독점욕에 사로잡혀 애타게 오디세이의 뒷모습만 바라보던 칼립소는 결국 오디세이를 떠나 보내고 만다.
그러나 배를 타고 떠난 오디세이가 도착한 곳은 그의 고향, 이타카 섬이 아닌 신라시대 개운포 바닷가. 칼립소의 저주가 그를 다른 차원에 이르도록 한 것이다. 우연의 일치로 구름이 걷힌 바닷가에 도착한 기이한 차림의 오디세이를 본 헌강왕은 용의 아들이라며 극진한 대접을 하기에 이른다. 처용으로 불리게 된 오디세이에게 왕은 아름다운 여인 미리를 아내로 삼게 하고 벼슬까지 주며 머무르게 한다. 그러나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낯선 곳에서의 생활이 그는 버거울 뿐이다. 그러던 어느 달밤, 처용은 아내와 신녀 마리의 정사장면을 목격하고, 절망 끝에 죽음을 택하게 된다. 그러나 우습게도 그로 인해 저주가 풀려 마침에 꿈에 그리던 고향으로 돌아간 오디세이는 드디어 페넬로페와 재회하게 되는데.........
잠든 오디세이 곁에 누운 페넬로페는 잠을 이룰 수가 없다. 20년 동안 익숙해진 혼자만의 일상 속에 타인이 끼어든 듯 한 이물감을 떨칠 수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