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공연의 특징
기승전결과 갈등구조를 토대로 하는 고전적인 드라마형식을 탈피하여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어딘가에 있을 법한 아이들과 어디서 일어날 법한 일들이 그것이다. 사건의 중심을 파헤치기 보다는 사건의 테두리 밖에서 인물에게 밀도 있게 접근하여 극을 끌고 가는 흐름에 맞물리는 심리묘사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금 가진 것이 없고, 앞으로 가질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은 10대 아이들의 툭툭 내뱉는 욕지거리와 오고가는 독설 속에서 그 아이들의 시각을 리얼하게 느낄 수 있고 더불어 어른으로서 그들을 짚어보는 재미를 줄 수 있는 공연이다.

연출의도
소년이 허세를 부린다면 갖지 못한 것을 이미 가지고 있는 척 과시하는 데서 기인했을 것이다. 스스로 나약하기에 강한 척 하고, 속마음이 위태위태하기에 태연한 척 하는 것. 소년법에서는 19세 미만의 자를 소년으로 본다. 미성년자가 반사회적인 행위를 한 경우에 성인범과 다르게 처분하는 데 의의를 두고 있지만, 그 바탕에는 사회가 소년을 내려다보는 시선이 있다. 흔히 통용되는 ‘소년성’에도 애착의 부재, 공동체에서 겉도는 혼란스러움이 먼저 포함되어 있다. 결국 소년의 불온함을 상쇄시키며 규격화하는 것은 소년의 시기를 지나온 어른들이다. 누구나 소년이었지만 누구도 소년으로 남을 수는 없기에 소년의 비애와 상실감은 결국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일이 될 것이다.

줄거리

보호감찰 대상으로 사회봉사 명령을 받은 18세 민교는 독거노인을 돕는 일을 하게 된다. 그 곳에서 이미 사회봉사 중인 재필과 은홍을 만나게 되는데, 이들 3명은 서로 기 싸움을 하며 묘한 신경전을 벌인다. 경쟁적으로 더 센 척을 하면서 사회봉사 대상자인 할머니를 죽여 버리겠다고 허세를 부리던 날 밤, 할머니가 목을 매달고 자살을 하는 일이 벌어진다. 할머니의 시체를 발견한 아이들은 두려움과 공포에 떨면서도 애써 의연한 척 하지만, 어찌할 바를 모르고 우왕좌왕할 뿐이다. 며칠 후, 할머니가 없는 빈 집을 청소하던 아이들은 할머니 죽음에 관해 시시껄렁한 농담을 주고받으며 낄낄거리지만 그 속에서 타인에 대한 애증과 연민을 숨기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