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남산 도큐멘타 : 연극의 연습 ? 극장 편>은 기존의 서사적 구조, 텍스트 재현적인 연극 양식을 벗어나 아카이빙과 인터뷰, 다큐멘터리와 토론 양식이 결합된 새로운 스타일의 연극 형식으로 극장의 빈 무대를 활용하여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고 극장의 안과 밖을 여는 남산예술센터에서만 볼 수 있는 연극을 선보입니다.

줄거리

Since 1962,
남산 그리고 한국 최초의 현대식 극장 ‘드라마센터’의 기록
지금 · 여기 · 극장에서 새롭게 이야기 하다.

극장은 말이 없다. 그러나 늘 그 몸뚱어리 안에 이야기를 품고 있다. 남산의 극장, 드라마센터는 남산의 드라마들을 생성하고 목격하고 또 그 몸 밖으로 퍼뜨려 왔다. 1962년 그 해 봄부터 늘 거기 있어 왔다. 때론 햄릿의 대사들이 극장을 공명하였고 때론 미8군의 째즈와 외화의 팝송이 울려 퍼지기도 하였으며 젊은 남녀의 삶의 통과의례인 결혼식 무대로 이 극장은 몸을 내어주기도 하였다. 어느 시기엔 가는 두 눈이 가려진 채 중앙정보부 지하의 고문실로 끌려가는 한 청년의 처절한 살기를 극장은 온 몸으로 느꼈을 것이며 멀리서 들려오는 비명으로 극장의 벽이 미세하게 진동하기로 했을 것이다. 그렇게 드라마센터는 남산의 드라마를 몸으로 겪어내고 목도해 왔다. 극장에는 그렇게 몸들의 향연과 의식의 자국들이 안과 밖으로 배어 있다.
지금 2014년에도 드라마센터는 남산 중턱에 그렇게 서있고 여전히 말이 없다. 다만 한결같이 그 울림통을 내어 줄 뿐이다. 극장이 제 몸통의 공명을 만들어내는 순간 그 파동은 그 안의 관객 한 명, 한 명의 몸으로 전달되고 관객들의 몸 하나하나가 또 다른 극장이 되어 무수히 많은 작은 극장들이 어미 극장의 몸통에서 빠져나가게 된다. 지금 이 극장은 과거의 불순물들과 현재의 몸통들이 다시금 뒤섞여 어떤 울림을 일으켜주길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극장은 지금 여기, 아직도 미완성인체 처연히 서있다.
이 연극은 극장의 몸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며 오늘 여기의 소리를 감지해보려는 시도이다. 하여, 극장의 지난 터무니를 밝히어 ‘오늘 여기에 어떤 무늬를 덧댈 수 있을 까?’를 구상해 보는 미래의 아카이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