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작가의도


<블랙박스>는 기내극(機內劇)이라는 시도로 기획된 첫 번째 작품이다. 진행 중인 White Noise(화이트박스)는 그 두 번째 결과로 보면 적당할 것이다. 작가의 입장에서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이 극을 볼 때 시시껄렁한 인간들의 이야기로 봐주면 좋겠다. 가령 알고 보니 누가 가발을 쓴다거나, 누가 안 본 사이에 성형수술을 했다거나? 빨대는 씹어서는 안 된다거나 고속도로 휴게소 대경산업의 애플 손지압 마사지는 훌륭하다는 일상의 지혜 같은, 루머 속에서 우리는 참 잘 살아가고 있다.


작가 입장에서 이 극을 통해 이 사회에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하나 더 남아있다. 인간은 생로병사(生老病死) 중 대부분을 경험해 왔다. 물론 과학기술과 현대의 속도 덕분이다. 하지만 아직 죽음(死) 에 관한 경험은 살아있는 한 모두 평등할 정도로 그 방면에선 체험이 전무하다. 지금 이 속도로 인간이 진행된다면 이제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 의 문제에서 어떻게 죽을 것인가? 에 해당하는 문제로 공을 넘기는 시간도 필요하다. 극 속의 인물들은 ‘존엄사(WELL DYING)’에 대해 고민하는 존재들이다. 죽음의 질에 관해서 이야기 할 때라면 <불안의 질>도 따라오게 마련이라는 생각으로 글을 밀어 나갔다. 비행기가 곧 떨어질 거라는 방송을 들으면 당신도 벗었던 신발부터 제일 먼저 신게 되는 존재다. 우습지만 그게 무슨 쓸모가 있다고 믿고 싶은 게 삶일지 모른다.

 

작품 소개


추락을 경험하지 못하면 알 수 없는 진실 ‘블랙박스’는 우리 인생의 굴곡과 현대인의 불안을 기내에서 보여준다. 이 연극의 전혀 다른 두 명의 주인공 캐릭터는 너무 다르기에 어울리지 못하지만 이 둘의 의미 없는 대화들은 연극 내내 오고 가며 웃음을 줄 것이다. 또한, 극의 중간 중간 나오는 다양한 음향, 영상, 그리고 기내의 변화를 보여주는 조명은 관객의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게 한다. 한편, 이 공연에는 기장, 부기장, 스튜어디스가 등장하는데, 이 연극이 기내에서 이루어짐을 집중 하게 할 것이다

줄거리

2065년
이 이야기는 비행기가 이륙한 뒤, 밤 열한 시부터 자정까지, 구름 속에 머무는 한 시간 동안의 이야기다. 이륙과 동시에 조종실에서는 구름 속에서 하나의 불빛을 발견하는데, 관제탑에서 보내는 신호라고 생각하고 비행기는 그 불빛을 따라간다. 하지만 비행기는 아무도 본 적 없고, 아무도 볼 수 없는 기묘한 구름 속을 헤맬 뿐이다. 착륙할 곳을 찾지 못하고 허공에서 한 시간 동안, 하지만 지상의 시간으로는 무려 이틀 동안이나 실종된 채 활공을 반복하고 있다. 미아가 되어 버린 비행기는 마치 구름의 꿈 속에 들어온 것처럼, 이상한 새의 몸 안에 들어온 것처럼, 우리가 해독할 수 없는 시차時差 속에서 멀미를 한다.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허공과 언어의 한가운데에 존재하는 기묘한 섬에 도착한 듯 이야기의 시차는 천천히 깊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