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틀린, 하지만 매력적인 플라토노프
놀랄 만큼 현대적인 감성의 19세기 영웅

플라토노프는 자신과 주변사람이 기대하던 이상에 도달하지 못한 실패한 인물이다. 그는 자신과 세계에 대한 환멸에 빠져있지만 주변사람들에게는 그럴듯한 영웅으로 자신의 실패를 냉소적으로 비웃으며 자신을 포장한다. 네 명의 여자가 이 매력적인 영웅의 매력에 빨려 들어가면서 불행히도 모두에게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하는 위험한 게임이 시작된다. <플라토노프>의 인물들은 체호프의 이후 작품들에 등장하는 인물의 원형이라 할 만큼 상당한 유사점을 지니며 그의 후기작에 주요한 모티브가 된다. 그의 주인공들은 열정과 인간 본성의 약점에 의해 지배되고, 행복과 이상에 대한 끝없는 탐구로 인해 끝없이 엇갈리는 실제의 인생을 그려낸다. 자신의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감에 절망하는 것이나 목적 없는 삶에 대한 공허함을 느끼는 모습은 현대인의 감성과 놀랄 만큼 일치한다. 체호프의 첫 장막극은 개성이 넘치는 캐릭터를 통해 도덕적인 것에 대한 불확실성,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그려내며 대담하고 흥미로운 방식으로 희극과 비극을 넘나든다. 국립극단‘차세대연극인스튜디오’가 선보이는 <플라토노프>는 원작을 2시간가량으로 줄여 더욱 빠른 전개와 리듬감 넘치는 대사로 체호프 코메디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아의 보이니체프 장군의 젊고 매력적인 미망인 안나 페토로부나 보이니체프의 거실.
손님들은 체스를 두거나 술을 마시며 지루한 자신들의 삶에 대해 시시껄렁한 농담을 주고받고 있다. 그러던 중 사람들에게 불확실함의 상징, 현대의 히어로라 불리는 학교 교사 플라토노프가 등장한다. 그는 자신의 실패한 결혼과 모두의 기대를 져 버린 현재의 자신에 대해 거리낌 없이 얘기한다. 한심하지만 매력적인 영웅 플라토노프의 등장은 보이니체프가에 모인 지루하던 이들의 일상에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시간이 흐르며 플라토노프는 아내 사샤가 있음에도 안나, 보이니체프 장군의 며느리이며 플라토노프의 옛 연인 소피아, 마을 지주의 어린 딸 그레고와까지 그에게 빠져들고, 그는 그녀들 사이에서 욕망과 죄책감을 오간다. 그리고 이 복잡한 관계가 서서히 드러나며 주변 사람들은 혼돈에 빠지며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