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바로크 시대, ‘물의 도시’ 베네치아와 ‘환상의 섬’ 베르사유는 모든 유럽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마법의 땅이었습니다. 천년 동안 막강한 경제적 부를 바탕으로 유럽 문화의 선구자 역할을 담당했던 자유로운 공화국 베네치아가 동방으로의 관문이자 교역의 중심지로 여전히 밝은 빛을 뿌리며 탁월한 예술가들을 끌어들이고 있을 무렵, 프랑스의 태양왕 루이 14세는 파리 근교에 절대왕정을 찬양하는 환상의 건축물, 베르사유를 건립하며 훗날 ‘위대한 세기’라 불릴 황금기를 이룩합니다. 그리고 이 두 곳에서 음악은 가장 강력한 ‘마법의 주문’이었습니다.
르네상스 시대 빌레르트 이후 몬테베르디, 카발리, 가브리엘리 등 언제나 당대 제일의 음악가들을 보유했던 베네치아의 음악적 영광은 안토니오 비발디에 이르러 절정에 달했습니다. 1718년에 상연되었던 그의 오페라 <아르미다> 서곡에서 비발디는 빠르게 움직이는 악상과 계속되는 3도 음정, 동양적 느낌을 주는 반음계를 통해 서양사에서 가장 유명하고 가장 아름다운 마녀로 꼽히는 아르미다와 십자군 전쟁을 묘사하고 있으며, 화려한 바이올린 독주로 유명한 협주곡 <바다의 폭풍>은 물의 도시에서 자란 음악가가 아니면 그려낼 수 없는 교묘한 표현과 격렬한 극적 감각이 돋보이는 곡입니다. 코렐리와 비발디의 뒤를 이어 이탈리아 기악음악을 새로운 영역으로 이끈 로카텔리의 콘체르토 그로소는 베네치아의 영광이 서서히 저물어가던 18세기 중후반 포스트-비발디 시대의 흐름을 보여줍니다.
한편, 베르사유로 대표되는 프랑스 바로크 시대의 음악은 이탈리아와는 달리 고도의 질서와 완성된 양식, 절제된 감정을 바탕으로 전혀 다른 세계를 향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바로크의 완성자로 꼽히는 라모는 신화와 환상으로 가득한 두 편의 오페라 <보레아데>와 <우아한 인도의 나라들>을 통해 프랑스 전통을 바탕으로 자신의 창의성을 마음껏 발휘하여 전대미문의 다양한 색채와 뉘앙스를 구현했습니다. 특히 완전한 거짓도 아니고 완전한 진실도 아닌 환상의 세계는 베르사유와 프랑스 음악의 이상을 꿰뚫고 있는데, 바람신이 등장하는 콩트라당스나 아메리카 인디언들이 추는 이국적인 춤, 마지막 장면의 장대한 샤콘은 춤과 음악이 하나로 융합되는 프랑스 음악의 진수라고 할 만합니다. 또한 바로크 테너 박승희가 들려줄 아리아는 하이테너(오트-콩트르)의 음성을 특히 사랑하며 이상시했던 프랑스 성악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들려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