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연애얘기 아님’이 던져준 ‘사랑을 묻다’는 중의적 표현이다
<연애얘기 아님>은 내내 당신이 가진 그 사랑에 대해 묻는다. 거침없이 빠져들고 있는 ‘행복한 사랑’, 가슴에 묻어야 하는 ‘슬픈 사랑’,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해 묻는, 표현 이상의 다양한 의미와 중의적 표현이 절묘하게 결합된 하나의 문장, ‘사랑, 묻다’. <연애얘기 아님>의 강한 부정은 결국 사랑에 대한 강한 긍정과 욕망이다. ‘널 보면 자꾸만 기대고 싶어지는’ 의존적 사랑, 독립적이길 꿈꾸는 사랑, 보완적으로 함께 이뤄가고픈 사랑, 그 모든 사랑모양새들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것까지 총망라되어 있는 사랑이야기다. 긴 호흡에 담긴 <연애얘기 아님>의 에피소드들을 따라가다 보면 주인공 선희의 일상이 당신의 일상과 정확하게 일치했다는 것에서 놀라운 전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첫 번째 ‘묻다’는 ‘행복한 사랑에의 파묻힘’이다
사랑에 묻히다 ? “널 보면 자꾸만 기대고 싶어져”
연애 초기, 완전 행복 그 자체다. 앞 뒤 젤 것 없이 사랑 안에 내가 있고 그가 있는, 첫 황홀경과 다름없는 완벽한 사랑의 감정.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고, 아름답게 포장할 수 있는 특별한 힘을 가진 시기의 사랑이다. 그러나 그러한 사랑은 불행히도 오래 가지 못한다.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사랑도 유통기한이 있어서 변질되기 쉽고, 오만한 자의식은 용감무쌍한 선택을 종종 하게끔 만든다. 그리하여 ‘둘이 되어버린 하나’가 아닌 ‘홀로 선 둘’로 갈 것을 종종 주문하곤 한다. 이쯤에서 극중 선희가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홀로서기의 고독은 잘 드러나진다.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저런 남자의 사랑을 거부하려는 건지…. 그래서 이제부터의 그녀는 흥미유발자다.
두 번째는 ‘묻다’는 불가피한 고독이다, 혹은 외로움이라고 명명해도 좋다
사랑을 묻어두다 ? “잘 들어, 나 너랑 헤어질 거야”
근사한 외모와 능력, 좋은 성품까지 가진 남자의 사랑을 거부하겠다고? 아니 왜? 극중 선희는 복 덩어리 연인에게 느닷없는 결별을 선언한다. 선희는 행복한 사랑에 감춰진 ‘덫’을 보게 된 것이다. 아팠지만 건강한 사랑을 만들어가기 위해 스스로가 고독을 선택하고, 그것을 감내하기 위해 무수한 외로움의 시간과 맞닥뜨린다. 그리고 그 사랑을 반석 삼아 진일보 된 사랑으로 한 걸음 내딛는다. 비록 아팠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그녀가 내딛는 한 걸음은 그만큼 큰 의미로 되돌아온다.
세 번째 ‘묻다’는 ‘사랑’ 그 원형에 대한 물음표다
사랑을 물어보다 ? “우리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움직이는 사랑이 너무 많다. 그만큼 쉽게 움직이고 쉽게 변질되고, 매 순간 사람을 지옥과 천국으로 오가게 한다. 그렇담 혹시 ‘연애보험’이라는 게 있다면 어떨까? 백일이면 백 만원, 천일을 무사히 지나 결혼까지 가면 천 만원, 결혼생활이 십 년 이상 유지되면 납입보험료 전액을 환급해주는 보험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 안 들 수 없다. 선희는 보험상품을 개발하면서 연애보험을 고민하게 된다. 비로 그녀가 선택했던 것은 무한한 보살핌이 아닌 홀로 싸워야 하는 외로움의 시간이었었지만 그 고독의 강을 건넘으로써 정서적 독립을 이루어내고 마침내 자유로움으로 가볍게 승화된다. 그럼에도 선희는 여전히 생각한다. 지금 내 삶의 무게로 인해 상대의 어깨가 무겁게 되지는 않는지, 혹은 그 사랑에 묻어가려는 안일한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은지, 그럼으로 인하여 사랑이 바닥까지 떨어지게 되는 건 아닌지……. 그녀는 이제 석영을 바라보며 웃을 수 있게 된다. 건강하게 사랑하는 방법도 조금쯤 알게 되는 눈빛으로 새로운 사랑을 꿈꾸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