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국립오페라단은 20세기 현대 오페라의 대표적인 공연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살로메 Salome>를 오는 10월, LG아트센터에서 올린다. 이번 공연은 국내에서 자주 공연되지 않는 희귀 레퍼토리를 소개하는 국립오페라단 ‘마이 넥스트 오페라(My Next Opera)’의 두 번째 무대다.
마이 넥스트 오페라는 국립오페라단의 제작 노하우를 계발하고 현대 오페라 관객과 잠재 관객이 요구하는 새로운 형태의 오페라 레퍼토리를 소개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더불어 흔히 “흥행하는 오페라” 레퍼토리에 조금은 지루함을 느낄 관객들에겐 더 없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한국에서는 무대에 잘 올려지지 않는 작품을 선정하고, 의상과 무대 디자인 역시 작품이 가진 현대적 감각에 맞춰 연출한다.
2007년 첫 ‘마이 넥스트 오페라 시리즈’로 선보인 오페라 <보체크>(2007년 6월, LG 아트센터)는 탁월한 작품성에 비해 관객 흥행에서 저조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기존 오페라 관객층보다 젊은 관객이 주를 이루며 객석 점유율 82%로 그 반응 또한 뜨거웠다.
이번에 공연될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살로메> 역시 이미 외국에선 바그너나 푸치니의 작품만큼이나 자주 무대에 올려지는 작품이지만, 음악과 선정적인 내용 때문에 한국에서는 그랜드 오페라로써는 초연인 작품이다. 특히 주인공 <살로메>역은 연기와 노래가 연극적인 요소가 강해 아티스트에게는 매우 부담이 되는 작품이라, 성악가들에게는 인기 없는 배역으로 도 유명 하다.
이번 살로메 역은 오페라 계에서 “끼 있는 아티스트”로 정평이 난 “한예진”과 ”이지은” 두 배우가 맡아 국내 관객들에게 미래의 오페라를 들려주게 된다.
또한 이번 오페라 “살로메”는 독일의 젊은 연출가 카를로스 바그너(Carlos Wagner) 가 총 지휘를 맡았다. (http://www.carloswagner.com)유럽무대에서 활약을 펼치고 있는 그는, 자극적이며 독특한 해석. 그리고 깔끔한 미장센으로 유럽무대를 주름잡고 있는 젊은 연출가이다.
무대 또한 주목할만 하다.
이번 살로메의 무대는 영국 출신의 디자이너 코너 머피(Conor Murphy) 가 맡아 한국을 찾는다.
실험적이며 표현주의적인 강렬한 무대로 주목받은 오던 코너 머피는 2005년 프랑스 몽펠리에르 극장 프로덕션 오페라 "살로메" (연출: 카를로스 바그너)를 거쳐 런던 로열 오페라하우스 초연 작품 오페라 “Powder her Face”의 성공으로 유럽 오페라 무대에서 일약 스타 무대디자이너로 부각되었다.
코너 머피, 그리고 카를로스 바그너가 함께 작업한 살로메 무대는, 프라하에서 4년마다 열려 “무대인들의 올림픽” 이라고 불리는 “콰드레니얼(Prague Quadreninal)” 축제에 전시되고 있다. 올해로 11회째를 맞는 콰드레니얼 축제는 44년의 역사를 지닌 축제로써, 세계 50여 개국이 참가하는 국제적인 행사이다. 세계 최고의 명성과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무대미술품들이 전시되며, 이 축제를 통해 세계 무대 미술계의 동향을 알 수 있다고 하는 대규모 박람회다.이 밖에 젊은 지휘자 이병욱(Christopher Lee)이 TIMF 앙상블과 엘렉톤으로 호흡을 맞추며, 엘렉톤을 보강하기 위해, Hiromi Akatuka 도 직접 내한해 엘렉톤 코치로써 음악을 만들게 된다.

인간 욕망의 광기와 에로티시즘의 절정 ‘일곱 베일의 춤’
‘침수된 요한의 목을 들고 키스를 퍼붓는’ 살로메의 불가사의한 매력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살로메를 한마디로 정의 하자면 “엽기적인 오페라”다.
헤롯 왕과 그의 의붓딸 살로메, 예언자 세례 요한의 비정상적 사랑이야기를 그린 살로메는 뇌세적, 관능적, 욕망적인 스토리라인으로 꽤 까다로운 연출을 필요로 하는 작품이다.
성경 마태복음 14장 3절~12절에 묘사된 여인 살로메는 중세 이후 많은 예술가들에 의해 미술과 음악, 문학 등에서 다양하게 표현되었을 정도로 극적인 드라마적인 요소가 곳곳에 녹아져있다.
이 중 오스카 와일드의 희곡 ‘살로메’를 대본으로 한 슈트라우스의 오페라는, 살로메 라는 관능적인 여인을 중심으로 인간 욕망과 감정의 충돌, 그로부터 비롯되는 광기와 에로티시즘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다.
이 오페라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인 살로메가 요한의 머리를 얻기 위해 헤롯 왕 앞에서 몸에 걸친 일곱 개의 베일을 차례로 벗으며 추는 ‘일곱 베일의 춤’, 은쟁반 위에 놓인 죽은 요한의 머리에 마치 살아있는 듯 키스를 하는 장면 등, 신약성서에 나오는 살로메와 요한의 이야기는 도발적인 시도이며, 당시 종교적으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러한 오페라 <살로메>는 1905년 12월 드레스덴 국립 오페라극장에서 초연 당시 서른 번의 커튼콜을 받는 대성공을 거뒀지만 빈과 베를린, 뉴욕에서는 ‘음란공연’으로 낙인 찍혀 공연을 중단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하였으나, 지금은 고전오페라와 현대 오페라의 기준을 나누는 중심점이 된 작품이다.
음악적으로도 <살로메>는 대담한 불협화음과 무조(無調) 음악에 가까울 정도로 근대적 수법을 구사하면서도, 후기 낭만파 특유의 요염하고 아름답고 감미로운 선율을 노래하고 있으며 관능적이고도 매우 정밀하고 화려한 명곡이다. 같은 조성에서 Major와 minor가 연결 고리 없이 급격하게 전조되는 부분이 많으며, 그러한 부분들의 조화가 긴장감과 광기 어린 공포의 효과를 잘 묘사하고 있다.

줄거리

B.C 30년경 유대
초연 : 1905. 12. 9. 드레스덴 궁정 오페라 극장
대본 : 와일드(O.Wilde)원작, 라흐만(H. Lachmann)에 의함(독일어) 

- 단막 -
무대는 헤롯의 궁전에 있는 웅장한 테라스이다. 안에서 성대한 연회의 흥청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궁전 문께에서 위병 대장 나라보트가 시종에게 아름다운 공주 살로메에 대한 자기의 불타는 사랑을 하소연한다. 이때 정원의 수조로부터 죄인은 회개하라는 세례 요한의 힘찬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여왕 헤로디아스가 헤롯와 결혼하기 위하여 그녀의 남편을 살해한 비행을 빗댄 말이었다.
한편 살로메는 끈질기게 욕정을 품고 추파를 던지는 호색적인 계부 헤롯때문에 속이 상한 나머지 연회장에서 나와 달빛 속을 거닐고 있었 다. 그러다가 요한의 목소리에 놀라 걸음을 멈추게 된다. 호기심이 동한 살로메는 그녀를 연모하고 있는 나라보트를 설득하여 수조에 갇혀 있는 요한을 데려오도록 시킨다. 그녀는 "나라보트, 당신은 나를 위해 이 일을 할 수 있으리 (Du wirst das fur michthun, Narraboth)"라고 달콤한 목소리로 그럴싸 하게 유혹한다. 누더기를 걸친 예언자의 모습이 달빛 속에 드러난다. 헤롯과 헤로디아스를 탄핵하는 힘찬 목소리가 계속되다가 "나를 쳐다보는 이 여인이 누구인가? (Wer ist dies Weib, das mich ansieht?)"하고 묻는다. 첫눈에 살로메는 그를 차지하고 싶은 욕망이 불같이 일어난다. 그녀는 참을 수 없는 색정을 열광적으로 표현하면서 "요한, 당신의 입술에 오래도록 키스하고 싶어요 (Ich will deinen Mund Kussen, Jokanaan! )"라며 뱀같이 음탕한 자태로 노래한다.
이때 그토록 흠모한 연인의 타락한 모습에 소스라치게 놀란 나라보트가 충격과 실망을 이기지 못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러나 그녀는 마치 최면에 걸린 사람처럼 요한에게 매료되어 자기의 발 아래 에 쓰러져 있는 나라보트의 시체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요한에게 접근할 뿐 이다. 관능적이며 유혹적인 분위기가 감돌지만 요한은 살로메를 거들떠 보지도 않고 수조로 되돌아간다. 그리고 저주를 내리듯 "그대를 구할 단 한 사람이 여기 살아있다 (Es lebt nur Einer Der dich retten Kann)"라고 부정한 어머니의 딸에게 경고한다. 살로메는 자기를 거부한 예언자에게 강렬한 적개심을 품는다. 테라스에서 헤롯은 온통 살로메를 차지하려는 욕정에 차있다. 살로메는 곧 자기를 부르는 왕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이때 5명의 유대인이 알현하여 요한의 처형을 요구하지만, 헤롯은 메시아와 같은 존재인 요한이 두려워 그들의 청을 거부한다. 재미없는 관심거리는 옆으로 제껴 놓으려는 듯 그는 살로메에게 자기를 위해 춤을 추도록 요구한다. 그러나 그녀가 응하지않자, 왕은 몸이 달아올라 어쩔줄 모른다.
마침내 살로메가 원하는 그 어떤 소망이라도, 비록 그것이 자기 왕국의 반일지라도 들어주겠다고 약속하기에 이른다. 기다렸다는 듯이 그 유명한 "일곱 베일의 춤"을 관능적으로 추기 시작한다. 살로메는 한 겹씩 베일을 벗어 던진다. 그녀는 거의 나체가 된 채 호색적인 왕의 발밑에 쓰러진다. 요염하고 음탕한 춤의 선율 이 사람의 마음을 흥분시키고, 넋이 나간 헤롯이 그녀에게 원하는 바를 묻는다. 살로메는"요한의 머리"라고 말한다. 왕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다른 어떠한 것도 줄 수 있으나 그것만은 안 된다고 가로 막는다. 그러나 그녀는 반복해서 "요한의 머리"라고 비수처럼 외친다. 헤롯은 마지못해 하는 표정을 지으며 자기의 손가락에서 권위의 상징인 반지를 뽑아 그녀에게 던진다. 그리고 살로메의 명령으로 사형 집행을 할 수 있도록 명령한다. 병사가 수조 속으로 들어간다. B플랫의 더블베이스 독주가 무시무시하게 울려퍼진다.
드디어 병사가 큰 은쟁반에 요한의 머리를 담아 등장한다. 살로메는 은쟁반을 붙잡더니 마치 요한의 머리가 살아있기나 한 것처럼 자기의 연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녀는 매우 퇴폐적인 몸짓으로 춤을추며 욕정적인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절정에 이르자 그녀는 죽은 요한의 입술 위에 열정적인 키스를 퍼붓는다. 헤롯은 이러한 광란을더 이상 참지 못하고 "저 여인을 죽여라"라고 고함친다. 왕의 호위병들이 재빨리 밀치고 들어와 그들의 방패로 살로메를 누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