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인생의 종착역인 실버타운이라는 막다른 집에 들어선 노인들에게 가면의 신선한 에너지를 공급하여 새로운 쪽빛 사랑을 꿈꾸도록 하였다. 극은 가면에 의해 인물들의 감춰진 욕망이 점차적으로 드러나게 된다. 흥미진진한 속마음과 겉마음의 좌충우돌식 경쾌한 연기표현은 깊지만 단순하게 마감질이 잘 되어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작품 전반에 내재된 정서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해져있는 탓에 배우들의 섬세하고 농익은 연기를 즐길 수 있도록 하여 연극적인 연극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연극적 재미는 이미 관객들에게 익숙한 것이지만 오늘날의 연극에서는 분실되어버린 흥미롭지만 낯선 표정이 되어 버렸다. 특히 가면연기는 희극연기술을 바탕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폭소를 자아내기에 안성맞춤이다.

줄거리

권연순의 창작극 《은빛왈츠》는 가정적으로 소외되어 실버타운에 입거한 새내기 이용규 영감과 선배 김분녀 할머니가 만들어나가는 쪽빛 사랑이야기이다. 아내를 사별하고 자식과 회사에 전념하다 늙어버린 이용규 할아버지는 재산을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실버타운에 입거한다. 거기서 홀로 외롭지만 당차게 살아가는 김분녀 할머니를 만나 남다른 감정을 갖는다. 김분녀 할머니 또한 자식을 못 낳는 설움에 남편을 사별한 후 평생을 홀로 억척으로 살아온 터라 안정적인 이미지의 이용규에 대해 친밀한 감정이 생긴다. 이 두 사람은 포크댄스 경연대회를 빌미로 물리치료실로 몰래 들어오게 되는데, 밀폐된 공간의 속성에 의해서 두 사람 사이에 어색한 교감이 일어나고, 서로 밀고 당기는 감정놀음에 자신의 속내를 들추어내게 된다. 미묘한 감정과 행동이 교차하는 사이에 두 사람은 더욱 친밀해져가고, 급기야 사람냄새 안 나는 삭막한 실버타운이 어느 새 참 살만한 곳으로 다르게 인식되기에 이른다.   
실버타운의 물리치료실이라는 밀폐된 공간 안에서 서서히 조여드는 시간에 의해 안과 밖, 남과 여, 자의식과 무의식, 사회적 처신과 본능적 사랑에 대한 욕망 사이에서 시간은 잘게 부수어지고, 사소한 행동조차도 크고 소중하게 부각된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감정의 밀도는 더해가고, 서로를 더욱 욕망함에 따라 늙은 주름 사이로 피어나는 어린아이의 순수한 에너지를 발견하게 된다. 관객은 세상 끝에서 또 다른 세상을 발견하게 되듯이, 삶의 황혼자락에서 피어오르는 새로운 사랑을 발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