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로시니가 쓴 39곡의 가극 중에서도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공연 회수가 많은 오페라가 <세빌리아의 이발사〉이다.
경쾌하고, 생동감 넘치는 익살이 가득한 이 가극은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과 쌍벽을 이루는 오페라 부파(희가극)이다.
사실 두 가극은 프랑스 작가 보마르셰가 쓴 3부작 〈세빌리아의 이발사〉,〈피가로의 결혼〉,<죄 많은 어머니를 각각 대본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공통성을 갖는다.
보통 오페라의 주인공은 전설 속의 위대한 인물이나, 뛰어난 인물이 되는 법인데, 희가극에서는 의외로 주인보다 하인이 똑똑하게 등장한다.
그것은 희가극이 귀족보다는 일반 대중들에게 더 지지를 받아 왔고 귀족이라고 하더라도 희가극을 즐기는 귀족이면 황후나 귀족에게는 허리를 굽혀야 하는 하인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하녀마님>과 같은 희가극의 경우 하녀나 하인이 상전을 곯려먹고, 부려먹고, 명령할 때 그것을 보는 일반 서민은 통쾌할 수밖에 없고 잠시나마 우월감에 빠지기도 한다. 적어도 인간적인 자각이 생기는 것만은 사실이다. 때문에 희가극은 가끔 정부로부터 수난을 겪기도 한다.
<세빌리아의 이발사>의 주인공인 피가로도 먼저 작곡된 모짜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에서 그런 수난을 겪은 한 사람으로 등장한다. 그만큼 피가로는 뱃심 좋고, 수단 좋고, 말주변 좋은 스페인의 세빌리아라는 거리의 이발사이다. 다만 고아로 자란 탓에 성격이 거칠은 거리의 룸펜 같은 이발사일 뿐이다.
로시니의 <세빌리아의 이발사>에서는 피가로가 얼마나 능력있는 인간인가를 그의 종횡무진한 대활약을 통해서 보여준다. 그리고 작곡연대로 보면 선후가 바뀌었지만 <세빌리아의 이발사>의 후편인 <피가로의 결혼>에서는 그가 얼마나 자기의 인간적 권리에 대해서 상전에 대항하여 그 욕망을 봉쇄시켜버리고 마는 용감한 인간인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 희가극의 원작은, 프랑스 혁명 전야의 들먹들먹한 공기속에서 상연되어 파리의 시민을 고무했던 보마르셰의 희극, 3부작 중의 제1부이며 오페라의 대본은 스테르비니가 요령 있게 꾸몄고 원작이 지닌 풍자와 기지를 유감없이 발휘한 로시니의 발랄한 음악은 한없이 통쾌하고 즐거운 감명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줄거리
제1막 : 세빌리아의 거리에 있는 광장
로지나는 부모를 여의고 후원자인 중년의 의사 바르톨로의 집에서 지내고 있다. 로지나를 처음보고 마음을 빼앗긴 알마비바백작은 매일 아침 로지나의 방 창문 아래서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지만 답이 없는 그녀 때문에 혼자 괴로워 한다. 그때 이발사 피가로가 나타나 자신을 이 거리의 만능 해결사라며 자랑을 늘어놓자, 백작은 피가로에게 돈을 지불하며 로지나를 만나게 해달라고 청하고, 백작은 자신을 가난한 청년 린도르라고 소개하며 로지나를 향한 사랑의 노래를 계속한다.
한편 린도르에게 호감을 느낀 로지나는 바르톨로에게서 벗어나겠다고 결심하고, 피가로는 그녀에게 린도르는 자신의 사촌이며, 로지나에 대한 사랑으로 고통받고 있으니 그에게 전해줄 연서를 써달라고 간청, 편지를 받아낸다. 피가로가 온것을 수상히 여기던 바르톨로는 로지나의 음악선생 바질리오에게서 마을에 백작이 와있다는 말을 듣자, 로지나와 빨리 결혼해야 겠다고 마음 먹는다.
그때 백작이 술취한 병사로 변장, 바르톨로의 집에서 숙박할 것을 요구한다. 바르톨로는 숙박면제증을 보여주며 이를 거절하고 하녀 베르타를 불러 백작을 쫒아낼것을 명하지만, 그 과정에서 백작은 교묘하게 로지나에게 편지를 전한다. 그런 와중에 피가로와 바질리오까지 와 소란이 정점에 달했을때 군대가 들이닥쳐 백작을 체포하려한다. 그러나 백작이 신분증을 슬쩍 보여주자 지휘관은 허둥지둥 부하들을 인솔하여 달아나 버리고 모두 놀라 망연자실 하며 막이 내린다.
제2막 : 바르톨로의 서재
바르톨로가 백작의 일을 생각하고 있는데 백작이 음악선생으로 변장하여 들어온다. 그는 바질리오가 큰병에 걸려 제자인 자신이 레슨을 대신 하러 왔다고 말한다. 그리고 아침에 로지나가 준 편지를 보여주며 백작을 험담하자 바르톨로의 의심이 풀리고 백작은 로시나에게 레슨을 시작한다.
그때 피가로가 바르톨로에게 이발을 해주겠다며 나타나 소란을 피우는 중에 로지나의 방의 열쇠를 슬쩍 훔친다. 로지나는 변장한 백작을 이내 알아보고 "사랑에 불타는 마음은 방해받지 않아"라는 아리아를 노래하자, 백작은 "아름다운 로지나 곁에 있을 때"를 노래하며 서로 사랑의 마음을 확인한다.
백작이 떠난후 모든게 계략임을 알게 된 바르톨로는 린도르가 알마비바백작에게 로지나를 넘기려고 했다고 거짓말을 하고 이에 화가 난 로지나는 바르톨로에게 결혼을 허락한다.천둥과 폭풍우가 몰아치는 그날 밤, 피가로와 백작은 훔친 열쇠로 로지나의 방에 몰래 들어가지만 로지나는 쌀쌀맞기만 하다. 사실은 자신이 바로 알마비바라고 백작이 고백하자 로지나의 오해는 풀린다.
이때 공증인과 함께 바질리오가 도착한다. 백작은 공증인을 이미 매수해놓았으며 공증서에는 바르톨로 이름대신 백작의 이름이 적혀있게 하였다. 백작은 바질리오에게 반지를 주며 입을 다물게 하고 두사람은 결혼공증서에 서명을 한다. 급히 병사들을 데리고 온 바르톨로는 당황해 하지만 백작의 신분을 알게 되고, 또 바질리오의 설득과 백작이 지급한 후한 결혼지참금에 결국 결혼을 인정하게 된다. 모든 사람들이 그 결혼을 축하하는 가운데 막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