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낯선 텍스트에서 우리의 문제를 찾다
2014년 정기공연으로 극단 유랑선이 준비 중인 덴마크 작가 엘링 옙센의 <이 세상에 머물 수 있게 해 달라는 남자>는 한국에 드물게 소개되는 북유럽 극작가의 희곡으로 동시대 세계 연극의 언어와 양식을 탐색하여 무대화함으로써 극단의 고유한 무대 언어를 계발하고 극작 분야에 자극을 주는 한편 잠재 관객을 개발하여 한국연극계의 변화 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의도로 선택한 작품입니다.

극단 유랑선은 솔직한 작가의 대담한 이야기를 선택한다
그 동안 현대 작가들의 문제의식과 현대 희곡의 새로운 언어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온 극단 유랑선은 다양한 지역의 해외 희곡들을 검토하면서 특히 북유럽의 욘 포쎄, 라쉬 노렌, 요나스 하센 케미리, 엘링 옙센 등 주요 작가들의 주제의식과 그들 희곡이 갖는 언어적 특징에 주목해 왔습니다. 이번에 선정한 엘링 옙센의 희곡은 성장과정에서 겪은 작가의 내밀한 경험들을 자유롭고 대담하게 표현한 작품입니다. 엘링 옙센의 자전적 이야기인 이 희곡은 연극을 통해 현대인의 삶을 무대 위에 그려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극단 유랑선의 작업에 적합한 작품입니다.

본격 연극을 원하는 관객들에게 유랑선의 미학을 제시한다
<이 세상에 머물 수 있게 해달라는 남자>는 본격 연극을 원하는 관객들에게 극단 유랑선의 고유한 제작 스타일을 제시하고, 예술적, 철학적 사고를 토대로 한 극단의 공연 미학을 확인시켜주는 무대가 될 것입니다.

줄거리

덴마크 작가 엘링 옙센의 2000년 작 <이 세상에 머물 수 있게 해달라는 남자>는 극단 유랑선이 ‘낯선 텍스트에서 문제를 끌어낸다’는 의도로 <침입>(스웨덴 작가 요나스 하센 케미리 작, 2011년 아르코 소극장 공연)에 이어 선택한 북유럽 희곡이다. 이번 공연에서도 유랑선은 현대 사회와 존재에 관한 질문들을 ‘스타일 연극’이라는 무대 미학을 통해 관객에게 제시한다.

엘링 옙센은 일상의 디테일을 자의적으로 조합하여 현실 속에 비현실을 교차시킨다. 단지 타자기 한 대와 평온함만을 간절히 원하는 무명 작가 알란은 법원과 경찰서를 거쳐 살인 사건에 연루된 후 교도소에 수감된다. 위층에 사는 늙은 여자와 자기 어머니를 혼동하여 살해했을 것이라는 혐의를 받게 된 알란은 꿈 속에서 늙은 여자를 살해했다고 말하지만 그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아무 것도 확실하게 기억해내지 못한다. 그러나 알란은 감방에서 이상한 평온함을 경험하는 한편 자기 존재와 죽음에 대해 깊이 사유하게 된다.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간수가 보내 준 창녀를 통해 자신이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사실에 확신을 갖게 된 알란은 교도소 밖 세상으로 나가고 싶어한다.

유랑선의 ‘스타일 연극’에서 알란의 현실은 사막으로 표현된다. 그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은 마치 배우처럼 역할을 바꾸어가며 나타나는데, 그들은 한결같이 자신들의 배역에 갇혀 있는 인물들이다. 이러한 인물들과 가족, 그리고 그들을 포함한 현실은 극사실적으로 묘사되지만 데페이즈망 기법으로 처리되는 오브제와 영상, 음향은 알란이 느끼는 비현실성을 초현실적 상황으로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