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추억 먹고 살아간다는 인간이란 동물. 실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깊고 위대하게 존재하는 추억의 힘. 오늘의 고통과 시련도 결국은 내일 회상할 수 있는 하나의 추억일 뿐. 그렇게 오늘은 가고 내일이 오고, 우리는 결국 또 하루의 오늘을 늘 버티고 견뎌내고, 내일 더 건강하게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누구나 경험하고 기억하고 있을 너무나 아프지만 아름다운-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 세월의 흔적에 대해, 잠시 시간 여행을 떠나본다. 시대의 향수에 젖은 음악들과 함께.

줄거리

1936년 팔월 초, 도네갈 지구의 ‘발리백'의 마을에서 벌어진 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려낸 작품이다. 이 극은 크리스의 아들 마이클이 작중화자가 되어, 그가 온 가족들과 함께 보냈던 일곱 살 때의 마지막 여름을 회상하면서 시작된다. 엄격한 카톨릭 집안이지만 해마다 그 지역에서 열리는 가을 잔치 루나자 축제에서 신나게 춤추고 싶은 다섯 자매들은 축제 대신 라디오 마르코니의 음악을 들으면서 위안을 얻는다. 그러던 중 아프리카에서 선교사로 일하다가 원주민의 문화를 받아들여 자신이 믿던 종교를 버리게 된 오빠 잭이 25년 만에 집으로 돌아오지만, 한때 가족의 자랑이었던 그는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오히려 교사인 케이트가 해직당하는 원인을 제공하게 된다. 또한 이들의 집에 놀러와 크리스와 시간을 보내고 기약 없는 청혼까지 하고 간 게리는 군인이 되어 스페인으로 떠나고 로즈는 유부남인 대니 브래들리와 사랑에 빠져 가족 몰래 은밀한 만남을 가지게 된다. 게다가 시대의 흐름인 산업혁명의 여파로 장갑을 짜서 근근이 생활하던 아그네스와 로즈는 졸지에 수입원이 끊어지고 도리 없이 다른 일거리를 찾아 도시로 나가게 된다. 이렇게 가족들이 제 살길을 찾아 뿔뿔이 흩어지기 전 마지막으로 식사를 준비하는 모습과 정신이 돌아온 잭이 게리와 서로의 모자를 교환하는 따뜻한 장면을 끝으로 어린 마이클의 회상은 끝이 난다.

캐릭터

마이클 | 크리스가 낳은 사생아로서 1936년 마지막으로 온 가족이 함께했던 루나자 축제 기간의 추억을 회상하며 가족의 일상과 몰락을 잔잔하게 전달한다.

케이트 | 마흔 살의 큰언니 케이트는 금욕적인 세계관을 지니고 있는 근엄한 성격의 소유자로서 집안의 생계와 질서를 책임지고 있어서 동생들에겐 의도적으로 정숙함을 요구하는 권위를 내비치기도 하지만 그 내면엔 누구보다도 뜨겁고 강렬한 열정과 인간애를 품고 있다.

매기 | 둘째 매기는 활달하고 낙천적인 아가씨로 이 집의 분위기 메이커다. 실질적인 맏언니 노릇을 하며 가족들을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어머니 같은 인물이다.

아그네스 | 셋째 아그네스는 뜨개질을 업으로 삼고 있으면서 온갖 집안일을 도맡아하는 조용하고 얌전한 성격이지만, 속으로는 로맨스와 자유에 대한 많은 갈증을 품고 살아가고 있는 인물이다.

로즈 | 넷째 로즈는 정신적으로 장애가 있지만 어린아이처럼 밝고 천진한 인물로서 순수함을 잃지 않고 살고 있다. 아그네스 언니의 보호 아래, 많은 일들을 도맡아 하고 있는 인물이다.

크리스 | 막내 크리스는 춤꾼 게리 에반스와의 사이에서 마이클을 낳고, 남편 없이 언니들과 함께 마이클일 키우며 살고 있다. 엄격한 집안 분위기 안에서 사생아의 엄마란 스트레스에 시달리지만 속으로는 여전히 자유분방한 삶을 꿈꾼다.

| 큰오빠 잭은 아프리카에서 선교활동을 하다가 말라리아에 걸려 집으로 돌아온 퇴역장교 출신의 사제로서, 선교활동 당시 경험한 문화충격으로 인해 약간의 기억상실과 언어장애를 보인다. 사상적으로 상당히 원주민화 되어 있다.

게리 | 사생아 마이클의 아버지인 게리는 유쾌하고 자유로운 성격의 춤꾼으로, 한 곳에 머무르지 못한 채 이곳 저곳을 떠돌아다니며 자기 만의 삶을 즐기는 인물이다. 전쟁터로 떠나기 전 연인인 크리스와 아들 마이클을 보기 위해 발리백을 방문한다.

소년 마이클 | 1936년 당시의 일곱 살 소년 마이클이다. 숨어서 관찰하기를 좋아하고 당돌하기도 한 성격의 천진난만한 꼬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