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한국적 사실주의 극의 재발견과 그의 가능성
연극 <시동라사>는 200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당시 한국적 사실주의극의 새로운 세계를 열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당선 당시 잔잔하면서도 세밀하게 모든 인물들이 움직이고, 대사 하나하나가 어렵지 않으면서도 상징성을 담고 있는 리얼리즘의 극치를 표현했다고 높게 평가받았다. 2008년 10월 연극 <시동라사>가 게릴라극장 “새 작가를 위한 무대”를 통해 관객들과 만나게 된다.
작품을 바라보는 인문학적인 태도
연극 <시동라사>는 강원도의 시동에 있는 양복점에서 평생 양복을 만드는 이의 삶을 사실적으로 재현함으로써, 사실성이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는 유머를 잘 그려내고 있다. 세상의 흐름에 편승하지 않고 고집스럽게 자신의 일을 하고 있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오히려 신선한 경험을 할 수가 있다. 또한, 극은 내내 강원도 사투리로 진행이 되어 재미를 더하고, 주인공의 아내가 옛 애인을 만났을 때는 서울말을 쓰는 등 등장인물의 대사들은 등장인물들의 배경과 현재의 상황을 그려낼 수 있는 적절한 요소로 사용이 된다.
소외된 자의 위태로운 일상
연극 <시동라사>의 주인 임공우는 시대의 흐름에 합류하지 못하고 경제적 능력도 없는 한 남자이다. <시동라사>에는 치밀한 갈등 속에서 소외된 자의 위태로운 일상이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상징적인 언어들, 적재적소에 등장하는 사건의 징조들, 그리고 심리적 갈등이 극을 무게감 있게 이끌어 간다. 과거에 매여 사는 인물, 은밀한 삼각관계 등은 리듬감 있으면서도 힘있게 그려진다.
젊은 작가와 젊은 연출가, 한국 연극의 미래
연극 <시동라사>를 쓴 작가 김은성은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이미 그의 작품 필력을 인정받았다. 한국적 사실주의 극의 새로운 가능성이라는 찬사를 이미 받은 바 있다. 또한 이번 연극 <시동라사> 연출을 맡은 전인철은 극단 차이무에서 조연출로 활동하고 있으며, 인간 심리의 표현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전작 <사육제>와 <돈 후안> 등에서 인간 내면에 감춰진 격렬한 감정을 이야기 했다면, 2007년 <고요>에서는 인간의 그리움에 대하여 이야기 했다. 작가 김은성과 연출 전인철이 보여줄 연극 <시동라사>에 역시 기대가 가며, 그들이 앞으로 해나갈 다양한 작업들에도 관심이 가는 부분이다.
줄거리
강원도 홍천의 한 소읍, 시동에 있는 양복점 '시동라사'는 세탁소에 가깝다. 주인 임공우는 자신의 양복기술에 대단한 자부심과 애착을 가지고 있지만 5년이 넘게 양복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주문하는 손님이 없기 때문이다. 대신 아내 강정옥과 함께 근처 군부대와 상가에서 맡기는 옷을 세탁하고 수선하는 것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마지막 양복 손님이 다녀간 5년 전부터 조울증과 발기부전, 의처증에 시달리고 있는 임공우가 사냥을 나가면 강정옥은 풍금을 연주한다. 그러던 어느 겨울, 도청 도시국장인 성현기가 출장을 가던 길에 급히 코트의 단추를 새로 달기 위해 시동라사로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