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상상할 수 없는 걸 어떻게 꿈 꿀 수 있나요?
다른 이들이 말하는 적당한 낙관의 미래가 하나도 와닿지 않을 때, 도무지 내일의 내일을 상상 할 수 없을 때, 나를 찾아오는 건 늘 다정하고도 명료한 비관 뿐일 때, 애인의 눈을 보며 사랑을 속삭여도 내 안의 구멍이 내는 휘파람 소리만이 귓가를 때릴 때.
그런 날들의 한복판에서 유일하게 상상했던 것, 그리고 여전히 그런 날의 가장자리에서 좀 더 이야기 다운 이야기로 풀고자 했던 것이 지금의 `날다, 익룡` 입니다.

이런 글을 쓰는 날이 예상보다 빠르게 당도한 지금
엄청나게 뻔뻔하고 자신만만하게, 혹은 수줍음과 겸손을 가장했으나 역시 뻔뻔하고 자신만만하게 그럴싸한 말들을 할테다 상상하고 또 상상했었는데

이 연극이 끝날 쯤, 제 앞에 있는 건 막다른 골목일까요?

줄거리

어느 날, 안나가 말했다
- 아빠 나 익룡이 됐어
- 도대체 또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어제까지만 해도 별 다를 것 없었다. 석달째 밀린 방세에 전전긍긍하며 주인 아저씨의 눈치를 살피고, 회사에서는 부장님이 건넨 초등학교 5학년 여름방학 탐구생활을 풀어가며, 그래도 여전한 하루 하루를 보내던 안나였다. 그런데 갑자기 익룡으로 변했다.
사람들은 말한다. 도대체 왜?
익룡으로 변한 안나가 만나는 일련의 소동, 21세기 도심 한복판에서 익룡은 어디로 가야할까?
매일 아침 안나를 찾아오던 다정한 비관이 문제 였을까, 아님 양념갈비와 소갈비의 세상에서 혼자만 고개를 갸우뚱하며 상상하지 못 했던 것이 이유 였을까.
아임 히얼! 애니 바디 데얼? 저는 어디로 가야하죠? 우리는 어디로 가야하죠? 바람 한점 없는 도시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느낄 새도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익룡은 과연 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