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기획의도
19세기 말, 헨릭 입센은 <민중의 적>을 통해 위선적인 사회와 다수의 몰이해를 비판했다. <민 중의 적: 2014>는 19세기의 입센과 오늘날 밀양 주민의 만남을 주선한다. 현재 밀양에선 송전탑 으로 인해 환경이 오염되고 인권이 짓밟혔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기약 없는 투쟁이 일어나고 있다. 송전탑 문제로 격렬히 대립하는 친형제,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몸부림치는 가족의 이야 기는 실제 밀양의 모습과 무서울 정도로 닮아있다.
<민중의 적: 2014>는 고통받는 약자와 진실을 사수하려는 소수의 이야기다. 또한, 입센이 분 노했던 권력과 다수의 횡포가 오늘날에도 정치인과 언론의 선동 아래에서 벌어지는 현실을 고발
한다. ‘현대극의 아버지’와 밀양 양지마을 주민의 역사적인 만남이 관객에겐 먹먹한 분노와 처절 한 감동으로 다가올 것이다.

작품의 특징
ISSUE 1. 현대극의 아버지 헨릭 입센을 ‘가만히 있지 않는’ 서사극으로 재창조하다
<민중의 적: 2014>는 현대극의 아버지이자, 당대의 질곡에 대해 ‘가만히 있지 않았던’ 헨릭 입센의 동명 원작을 기반으로 만들었다. <민중의 적: 2014>는 보다 직접적으로 주제를 전달하기 위해 원작을 서사극 형식으로 각색했다. 서사극은 베르톨트 브레히트가 고안한 희곡 구성 방식으 로, 관객이 객관적으로 생각하고 이성적인 판단을 하도록 유도한다. 또한, 서사극 요소 중 하나로 관객이 극 중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져 연극에 재미를 더한다.

“자유와 진실을 말살하는 대가로 얻는 번영이라면 난 이렇게 외치겠다. ‘망해라 경제여! 사라져라 권력이여! 깨어나라 민중이여!’”(<민중의 적: 2014> 성도일 대사 중)

“객석 사이사이에 배우들이 앉아 있고. 시장과 권탁은 도일의 양 옆에 서있다. 배우들은 “박수” “옳소!” “야유” “욕” “우우~”와 같은 피켓을 바꿔들며 관객의 참여를 유도한다. 발언자들은 관객 을 향해 말한다. (송전탑 아래에 켜져있는 형광들의 사진들이 투사되어 있다.) 이 장면은 관객의 반응에 따라 즉흥적인 요소가 가미될 수 있다.”(<민중의 적: 2014> 중)

ISSUE 2. 밀양 송전탑, ‘오늘, 여기’에서 일어나는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이야기
경남 밀양시. 765kV의 송전탑 건설을 두고 국가와 주민 사이에 일어난 분쟁, 이른바 ‘밀양 송전탑 사건’. 한평생 살아온 마을을 지키기 위해 죽어간 사람들과 반동 세력으로 낙인 찍힌 수많은 사람들. 기약 없는 고통스러운 투쟁을 지속하는 주민들과 그들을 유린하는 국가의 이야기. ‘오늘, 여기’에서 일어나는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이야기를 <민중의 적: 2014>가 직접적이고 대담하게 다룬다.

“전기는예, 온 몸을 흐르는 혈관입니더. 이 발가락 하나 고집 때문에, 이 손가락 하나 고집 때문 에 피를 통과시키지 않겠다카면, 나라 전체가 썩고 마비되뿝니데이.”(<민중의 적: 2014> 성창일 대사 중)

“송전탑은 배상의 문제가 아니라 생명과 안전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왜 정부는 피해지역에 대한 의학적 실태조사는 한 건도 실시하지 않는 겁니까? 왜 보호를 받아야 할 국민들에게 그 근거를 내놓으라고 하는 겁니까?” (<민중의 적: 2014> 성도일 대사 중)

ISSUE 3. 사회 문제와 약자의 이야기를 다뤄온 저력을 가진 C바이러스, 송전탑을 이야기하다
C바이러스는 미국 아미시 마을에서 2006년에 벌어진 총기 난사 사건을 재구성한 <아미시 프로젝트>를 통해 ‘용서’의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또한, 사랑을 모르고 괴물이 되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인 <뷰티퀸>, 세상에서 추방당한 사람들의 아픔을 다룬 <피살된 흑인을 위한 의식> 등 여러 작품을 통해 약자의 삶을 보여줬다.
이러한 극단의 내공을 바탕으로, 이번엔 밀양 송전탑 문제를 다룬다. 배우와 스태프는 준비 단 계에서부터 송전탑 문제에 관심을 기울였다. ‘다방마실’(밀양 송전탑 토론회), ‘밀양을 살다’(송전탑 투쟁 사진전), ‘밀양 장터’를 비롯한 관련 집회에 참석하여 현실을 공감하기 위해 노력했다. 작 품을 만드는 노력뿐만 아니라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송전탑 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키우기 위한 작업을 병행했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인 만큼, 공감대 높은 작품으로 다가올 것이다.

줄거리

양지마을 출신 의사 도일은 마을에 설치될 송전탑의 유해성을 밝혀낸다. 도일은 지역 신문 편집 국장인 권탁과 힘을 합해 진실을 알리려고 한다. 그러나 마을의 읍장이자 도일의 친형인 창일은 이러한 도일을 못마땅해하며 행동을 포기할 것을 요구한다. 송전탑의 진실을 알리고자 하는 도일 과 권력을 앞세워 송전탑 설치를 강행하려는 창일. 형제의 갈등이 심해질 무렵, 권력과 손을 잡은 권탁의 배신으로 도일은 더 큰 위기에 처한다.
마을을 지키기 위해 분신한 할아버지와 평화를 되찾고자 몸부림치는 가족들, 정치인과 언론의 선 동으로 집단이기주의에 사로잡힌 다수에게 ‘민중의 적’으로 낙인찍힌 도일은 양지마을을 지켜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