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우리는 성(性)에 관하여 어떻게 사고하는가?
현대사회는 전통가치체계 붕괴와 물질만능주의 팽배로 인해 인간관계가 극도로 황폐해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남녀 간의 사랑에도 결정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성(性)이 사랑의 의미보단 단지 욕구충족이나 상품화, 신분상승을 위한 도구로 전락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 끔찍한 현상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재인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되어 이 작품을 선택하였다. 창작과정에서 동시대성을 중요시하여 작품을 재해석하고 성에 대한 현대적인 의미와 가치를 재생산하기 위해 사랑을 불태웠다. [라이겐]은 사회적인 지위와 환경이 각기 다른 남녀 열명이 차례로 파트너와 정사를 벌이는 열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 독립적인 장면들처럼 보이지만 관통된 구조를 갖고 있는데 이 점을 고려하여 배우의 행동을 창안하였다. 그리고 매 에피소드에서 인물들의 행동 속에 감춰진 것들이 축적되다가 드러나는 순간. 도덕적으로 가벼이 단죄할 수 없는 행동의 근원인 본능과 욕망이 만든 불륜과 통간 장면들을 유쾌하게 풀어 인간의 욕망이 아름답게 꾸며진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양식화하여 그에 대한 사유의 영역을 열어두고서 최종 판단은 관객의 몫으로 남겨둔다.
이 작품을 통해 제3의 관찰자의 시점으로 남녀의 사랑과 욕망에 대해 지켜보며, 현재 우리 모습으로 시선을 옮겨 성(性)으로 드러나는 본성과 본질에 대한 물음에 의미 있는 답을 찾아보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연극 [라이겐]을 통해 현 사회의 병리현상을 들추어 보고, 근원적인 질문을 던져본다.

줄거리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춤의 형태로, 원형으로 둘러선 사람들이 손에 손을 잡고 경쾌한 음악에 맞추어 추는 춤을 말한다. 슈니츨러는 “라이겐”(Reigen) 에서 이 춤의 형식을 빌려 왔다. 모두 열 명의 인물이(창녀, 군인, 탈북여성, 젊은 주인, 젊은 부인, 남편, 아가씨, 작가, 여배우, 원장) 차례로 연인을 바꾸어 가며 사랑을 나누는 열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이 작품은 첫 번째 에피소드에 등장한 인물이 열 번째 에피소드에 다시 등장함으로써 춤으로서의 “라이겐”(Reigen) 구조와 동일한 순환 구조를 보여 준다. 또한 각각의 에피소드 역시 모두 동일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우선 두 연인간의 대화가 이어지고, 두 사람의 성(sex) 행위가 “……”로 암시되며, 다시 두 연인의 대화로 마무리된다. 그들은 상대와의 성관계 이전과 이후의 행동 / 태도가 변함으로써 인간의 양면적인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인물들의 목표는 성본능의 충족이라는 한가지지만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각기 인물들은 자신이 속한 계층의 언어와 행동 패턴을 사용하며 그들 계층의 행동방식을 드러낸다. 부부간의 성 관계를 묘사한 다섯 번째 에피소드를 제외하고는 모두 불륜 관계를 그린 이 작품은 노골적으로 성을 주제화했다는 점에서 당대의 독자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그 결과 “라이겐”(Reigen)은 첫 출간 때부터 많은 문제를 불러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