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바람, 돌의 기원.
우리들은 끊임없이 가지려 한다. 끝없는 욕심 때문에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나에게까지 상처를 낸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는 욕심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연극 <돌의 기원>은 욕심을 걷어낸 순수한 바람만을 알려주려 한다. 무엇인가를 가지기 위한 욕심이 아닌, 고달픈 삶의 한줄기 위로가 될 수 있는 작은 바람을 우리들 마음속에 안겨주려 한다. 연극이 끝난 후에는 돌탑에 작은 돌을 올리며 소원을 비는, 어쩌면 잊고 지내왔던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인간의 본 모습을 다시금 우리 안에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가 없는 에피소드의 연극
우리가 이제껏 보아오고, 만들어왔던 수많은 이야기들의 기승전결 구조는 모두 인간의 욕망과 닮아있다. 무엇인가를 갖지 못해서 사건이 벌어지고, 그것을 얻기 위한 위기, 갈등을 거쳐 그에 따른 결과를 만들어내는 순서가 바로 기승전결의 구조인 것이다. 그러나 <돌의 기원>은 기승전결의 구조가 아닌 결과 없는 에피소드들의 나열로 이루어진다. 소유와 쟁취의 구조인 ‘이야기’를 탈피하여 바람(wish) 그 자체만을 보여주려 하기 때문이다. 결론이 없는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모여 한 작품을 이룬 것은 한 명 한 명의 바람으로 쌓아 올려진 돌 탑이 무너지지 않고 우아하게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줄 것이다.

춤, 놀이, 기원(prayer)…환상적 제의 공간

연극은 배우들이 무대 위에 돌탑을 몸의 움직임을 이용해 쌓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들은 조명, 음향 등의 기술적인 도구를 숨긴 자연적 무대 위에 올려지면서 마치 고대의 제의 속에 있는 것 같은 환상적 분위기를 연출해낸다. 인간의 간절한 기원을 위해 환상적인 제의를 만들어내듯, 연극 ‘돌의 기원’은 무대 위뿐만 아니라 객석까지도 ‘기원’이 만들어낸 제의적 환상을 경험시켜 줄 것이다.

줄거리

Episode 1.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
무대 위에 돌탑이 만들어진다. 앞이 안 보이는 소녀가 나타나 돌탑을 조심스럽게 쌓는다. 소녀에게 장난을 치려던 소년도 소녀와 함께 돌탑을 쌓는다. 돌탑을 쌓으며 함께하기를 기원했던 소년과 소녀는 서로를 향한 마음을 내보일 듯 숨기며 꽃잎을 돌탑의 돌로 빻아 봉숭아 물을 들인다.

Episode 2. 79인의 마을 이야기
79명의 사람수를 유지해야 평화롭다고 믿는 마을에서 한 과부가 남몰래 임신을 했다. 아이가 태어나면 80명이 되기에 촌장은 과부를 희생시키려 한다. 아이를 너무나도 갖고 싶었던 과부는 뱃속의 아이가 돌탑에게서 얻은 아이라며 아이를 보호한다. 긴 시간 감금되었던 과부는 결국 사산을 하고, 아이는 돌탑 밑에 묻혀진다.

Episode 3. 아들과 노부인이야기
전쟁터에 나간 아들은 포로가 되어 불에 뜨겁게 달궈진 돌로 고문을 받다 정신을 잃는다. 한편, 고향에서 노모는 밤마다 화롯불에 달궈진 돌로 이불을 문지른다. 아들이 오면 따뜻한 이불 속으로 들어올 수 있게 이불을 덥히며 아들을 기다린다.

Episode 4. 탈영한 군인이야기.
잔혹한 전쟁터에서 버티지 못하고 탈영한 군인은 마지막 남은 한발로 목숨을 끊으려 한다. 하지만 그것조차 쉽게 끝내지 못한다. 결국 돌탑의 돌을 부딪혀서 만든 불씨로 담배를 피우고, 모닥불을 만든다. 죽음이 가까이에 있지만, 군인은 돌이 만들어낸 불로 순간 ‘살만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