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힐링을 부르는 동해안 별신굿, 서울 도심 속 무대로 오다

초망자(招亡者) : 동해안별신굿 콘텐츠의 무대화

오는 12월 5일과 6일, 조종훈이 동해안 오귀굿 중 가장 하이라이트에 해당하는 초망자굿을 무대에 올린다. 굿 음악이나 장단만을 무대화하는 시도에서 벗어나 굿 현장을 그대로 무대에 재현하고자 하는 이번 작품은 모던한 느낌의 무대장치와 영상효과를 사용해 실제 굿막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선사할 것이다.

특히 동해안 별신굿의 음악은 타악기 반주로만 이루어지기 때문에 장단의 주기가 매우 길고 복잡하며 즉흥성이 강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이번 공연에서 함께하는 Korean Music Ensemble HONA와의 작업을 통해 동해안 굿 장단과 선율악기와의 조화를 시도한 작업이 기대된다.

동해안 지방에서만 볼 수 있었던 동해안 별신굿을 서울 도심 속 무대에서 재현하는 이번 작품은 12월 5일(금) 오후 8시와 6일(토) 오후 5시, 문래예술공장 박스시어터에서 만날 수 있다.

조종훈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연희과 예술사 및 전문사와 한국학중앙연구원 대학원 음악학 석사를 졸업하였다. 중요무형문화재 동해안별신굿 82-1호 이수자이며 Korean Music Ensemble HONA 대표이다.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젊은 예술가를 지원하는 2014 서울문화재단 유망예술지원 프로그램(Mullae Arts Plus, MAP) 전통기반창작예술 분야에 선정되었다.

조종훈 그리고 Korean Music Ensemble HONA

세습무에 의해 전승되고 있기 때문에 철저하게 굿 현장에서만 전승과 학습이 가능한 동해안 별신굿. 그러나 외래 종교의 유입으로 인한 장례문화의 변화로 전통적인 굿 의례는 사라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굿 현장에 뛰어들어 사라져가는 전통 굿 의례를 전승하며 그 예술적 가치와 전통성을 지켜나가고자 하는 젊은 예술가 조종훈이 있다.

조종훈은 굿의 본질에 대한 질문과 고민을 토대로,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 속에서 굿 의례가 현대인의 문화와 정서, 미적 감각에 맞추어 어떻게 변화하고 수용될 수 있는지 고민한다. 굿 의례를 통해 우리 전통문화의 원형을 발견할 수 있으며, 무대에서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굿의 제의적 의미를 통해 전통과 현대의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기존에도 창작활동에 있어 굿 음악의 장단, 선율 등을 모티브로 활용하는 시도는 많이 있었으나, 이번 작품에서는 기존의 작업에서 더 나아가 의례와 의식 등 굿의 총체적인 모습을 무대화 하고자 한다. 굿이 주는 현장성을 무대에 재현하기 위해 실제 굿판에서 사용되는 소품을 오브제로 사용하며, 영상과 무대 장치를 적극 활용하여 실제 굿막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재현하여 공연자와 관객이 함께 소통하는 공간을 만든다. 이러한 시도는 단순한 무대예술을 넘어 굿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맥락을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공연은 젊은 연주자들이 모인 Korean Music Ensemble HONA가 함께 참여하여 동해안 무가의 창법과 메나리 토리 본연의 특징을 그대로 살린 음악을 선보인다. 특히, 장단의 주기가 길며 복잡한 장단 조합이 많고, 장단의 즉흥성이 매우 강한 동해안 굿 장단과 선율악기와의 조화를 시도한 작업의 결과가 흥미로울 것으로 기대된다.

줄거리

초망자굿은 동해안 오귀굿 중에서 가장 하이라이트에 해당하는 굿으로, 죽은 영혼을 불러들여 망자의 못다 한 이야기를 듣고, 망자의 가족과 함께 울고 웃으며 서로의 아픔을 달래준다. 이는 인간의 원초적인 마음을 자극하고 슬픔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산 자와 죽은 자의 응어리진 마음을 풀어내는 굿 의례이다. 그래서 초망자굿은 우리들에게 생과 사 모두가 삶임을 말해주며, 우리들의 삶과 가장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

초망자굿을 무대화 한 이 작품은 남자 악사인 화랭이가 이야기를 주도적으로 끌어간다. 화랭이는 1인 다역으로 장면에 따라 무당과 망자의 역할을 번갈아가며 연기하고 가?무? 악을 함께 연행한다. 화랭이는 죽은 자와 산 자의 ‘공생’과 ‘화해’를 이끌어내는 매개자로서 굿의 기능을 환기시키고 관객과의 공유와 공감을 이끌어 낸다. 굿 의례에서 실제 연행되는 가, 무, 악을 모티브로 하여 현대적인 어법과 무대기법으로 재구성하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통을 둘러싼 여러 담론을 토대로 깊이 있는 논의를 진행하여 연출 및 무대 구성에 반영하고자 하였다. 실제 굿의 경우 청신, 오신, 송신의 과정을 거치는데, 본 작품에서는 <주마등(走馬燈) & 죽음>, <청혼(請魂) - Calling souls>, <이승과 저승의 경계, 달 ? The moon>, <송신 & 극락>, <윤회 & 환생>의 5개장으로 확대시켜 진행한다. 이때 풍부한 기승전결의 스토리텔링을 최대한 부각하고 음악과 영상, 무대 구성이 함께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한다.
이번 작업을 통해서 굿의 본질에 대한 질문과 고민을 토대로,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 속에서 굿 의례가 현대인의 문화와 정서, 미적 감각에 맞추어 어떻게 변화하고 수용될 수 있는지 무대화 작업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다. 또한 비단 음악적 실험에서 그치지 않고 연극적인 형식에 대한 실험으로도 확장하였다. 이에 뜻을 같이 한 젊은 연주자들이 Korean Music Ensemble HONA라는 이름으로 모여 함께 참여한다. Korean Music Ensemble HONA는 이번 공연을 첫출발, 새로운 시도의 발판으로 삼아 음악적 역량 강화를 꾀할 뿐 아니라, 음악적 목표, 색깔 등에 대한 고민과 지속적이고 발전적인 행보를 이어나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