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망한 세계가 망하는 이야기

굳이 예를 들 것도 없이 지금도 곳곳에선 수많은 재난이 일어난다. 하지만 아직 세계는 망하지 않고 있다. 왜 계속되는 걸까? 재난이 충분히 크지 않아서? 아니면 세계가 너무 커서? 어떤 비극도 막아낼만큼 튼튼해서? 세계라는 추상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서? 이미 망해서?

그 답을 찾기 위해 세계를 극장 안에 가둔 다음, 재난을 일으켜보았다. 이 공연은 그런 상태의 세계에서 인간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사고실험이다. 배경은 물에 잠긴 도시. 한 쪽엔 물을 막기 위한 댐이 세워져 있고, 다른 쪽은 바다로 열려있다. 마지막 남은 섬엔 지배하는 인간들이, 물이 들어찬 지붕엔 지배당하는 인간들이 산다.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한다.

과학이 아니라 예술을 통한 사고실험이라 어떤 것도 증명할 수 없었지만, 무언가 밝혀냈다고 한다면 이 실험 자체가 오류투성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과학은 오류를 통해 진보한다는 말을 믿고 이 연극을 공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