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바다로 가는 길 (Road to the Sea)
나는 새해가 밝으면 종종 바다를 찾았다. 1월의 바다는 거칠었다. 센치했던 기분을 한 번에 날려버릴 만큼. 비장한 각오로 파도 곁을 걸었지만 나는 언제나 추위에 지곤 했다. 그러나 찬바람으로 양 볼을 빨갛게 데우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것은 파도에 가까운 모래사장에 이름 석 자를 새기는 것이었다. 그것은 지난 한 해를 보낸 나와 작별하는 의식이자, 새로운 해에 대한 선언이었다. 조금 청승맞아 보였을지 모르겠지만, 새로 산 다이어리에 적어 둔 신년 계획보다는 파도에 지워지는 이름 석 자의 흔적이 더 무게감이 있었다.
2010년 브라질을 오가기 시작한 이후 1월의 바다는 뜨거워졌다. 한국의 겨울은 브라질에서 여름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새해를 축하하는 폭죽들이 바다 위로 무너지듯 쏟아져 내리면, 어른아이 할 것 없이 환호성을 지르며 해안가로 몰려나왔다. 1월의 바다와 함께 가족을 그리워하는 나의 마음도 한껏 뜨거웠다.
문득 궁금해졌다. 왜 나는 해가 바뀌는 때마다 바다를 찾았던 것인가. 지구를 구성하는 거대한 물질 앞에서 겸허해지기 위해서? 땅에서 망가진 것들을 정화하는 그곳에서 나를 씻어내기 위해서? 모두가 맞는 말이지만, 보다 가슴을 울리는 답은 그저 바다가 '바다'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곳에 서면 껍질을 벗어버린 내가 보이고, 잊었던 소망이 다시 피어오른다. 차곡차곡 쌓여있던 감정의 잔해들이 파도를 맞고 무너지면, 또 새롭게 한 해를 살아갈 힘이 생긴다. 바다를 만나는 것은 곧 생명력을 만나는 것이었다.
다시, 1월의 바다가 온다.
나는 새해가 밝으면 종종 바다를 찾았다. 1월의 바다는 거칠었다. 센치했던 기분을 한 번에 날려버릴 만큼. 비장한 각오로 파도 곁을 걸었지만 나는 언제나 추위에 지곤 했다. 그러나 찬바람으로 양 볼을 빨갛게 데우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것은 파도에 가까운 모래사장에 이름 석 자를 새기는 것이었다. 그것은 지난 한 해를 보낸 나와 작별하는 의식이자, 새로운 해에 대한 선언이었다. 조금 청승맞아 보였을지 모르겠지만, 새로 산 다이어리에 적어 둔 신년 계획보다는 파도에 지워지는 이름 석 자의 흔적이 더 무게감이 있었다.
2010년 브라질을 오가기 시작한 이후 1월의 바다는 뜨거워졌다. 한국의 겨울은 브라질에서 여름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새해를 축하하는 폭죽들이 바다 위로 무너지듯 쏟아져 내리면, 어른아이 할 것 없이 환호성을 지르며 해안가로 몰려나왔다. 1월의 바다와 함께 가족을 그리워하는 나의 마음도 한껏 뜨거웠다.
문득 궁금해졌다. 왜 나는 해가 바뀌는 때마다 바다를 찾았던 것인가. 지구를 구성하는 거대한 물질 앞에서 겸허해지기 위해서? 땅에서 망가진 것들을 정화하는 그곳에서 나를 씻어내기 위해서? 모두가 맞는 말이지만, 보다 가슴을 울리는 답은 그저 바다가 '바다'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곳에 서면 껍질을 벗어버린 내가 보이고, 잊었던 소망이 다시 피어오른다. 차곡차곡 쌓여있던 감정의 잔해들이 파도를 맞고 무너지면, 또 새롭게 한 해를 살아갈 힘이 생긴다. 바다를 만나는 것은 곧 생명력을 만나는 것이었다.
다시, 1월의 바다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