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2008 마리화나, 한층 더 농염하고 성숙해져서 돌아왔다
연극 <마리화나>는 세종실록을 근거로 남성 중심의 사회인 조선에서, 게다가 남자가 아닌 여자의 성을 도발적으로 그려내며 2006년과 2007년 대학로를 뜨겁게 달구었다. 인간의 성욕과 본능에 대해 그린 <마리화나>는 우아하고 대담하게 600년 전의 궁중의 성을 이야기하여 화제가 되었었다. 2008년, 연극 <마리화나>가 더 솔직하고, 더 발칙하게 관객들을 찾아간다.

서기 1436년 향정신성 스캔달
연극 <마리화나>는 서기 1436년 조선의 궁 안에서 갇혀 살았던 세자빈과 내시, 궁녀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그들도 인간이기에 욕망이라는 게 있었으나 여성들은 성욕을 억제당하고, 궁 안의 있는 남자들은 신체의 일부마저 거세당해야만 했다. 그렇다고 먹고 싶고 자고 싶은 것과 같이 서로를 사랑하고 싶은 마음마저 없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관습이나 도덕이라는 이유로 억압받고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은밀하게 욕망을 즐길 줄 알았던 그들의 모습을 통해 제대로 된 쾌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한창 물이 오른 고선웅의 필력, 그리고 말빨
은밀한 욕망을 대담하게 그린 <마리화나>에는 작가 고선웅의 필력과 말빨이 숨어있다. 다양한 스펙트럼의 작품을 통해 2006년 문화관광부 선정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하고 관객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꾸준히 매력적인 작품을 쏟아내는 고선웅은 연극 <마리화나>에서도 어김없이 발칙한 대사들과 중의적이고 은유적인 표현들로 감칠맛을 더한다. 자칫 위험할 수 있는 소재를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통해 고급스럽게 터치하는 그만의 솜씨가 가히 볼 만하다. 매일 모했다고 적는 은어인 ‘매모(* 매모는 메모로 들림)’,내관 용보가 최초로 개발한 상체단련운동인 ‘웃몸 일으키기’, 말이 화날 정도의 흥분제‘마리화나’까지 그의 재기가 어디로 튈지 사뭇 궁금하다.

서주희, 오달수에서 채국희까지, 그야말로 딴딴한 배우들의 앙상블
<마리화나>는 세자, 세자빈, 환관, 궁녀, 상궁 등 총 7명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풀어내야 하는, 다른 말로는 7명의 배우들의 호흡이 짝짝 맞아떨어져야 제 맛인 작품이다. 이를 위해 2008년 공연에서는 최고의 캐스팅과 앙상블로 더욱 탄탄한 연기파 배우들을 대거 포진시켰다. 욕망에 솔직한 봉빈 역에는 이 시대 최고의 헤로인으로 손꼽히는 서주희가 그만의 농염한 색(色)을 여우 김선화와 함께 한껏 뽐낼 예정이고 내관 용보역에는 연극과 영화를 넘나드는 천의 얼굴 오달수가 내공 있는 코믹 연기로 관객을 찾아간다. 카르멘의 도발적인 매력을 지닌 채국희가 소쌍으로 나서고 휘지역에는 윤동주의 감수성과 열정을 가진 조승연이 매력 있는 신인 이영수와 번갈아 연기한다. 묵직한(?) 연기자 차순배가 평생처음 상궁 역할에 도전하고 부귀의 김영철과 단지의 양보람이 그들만의 끼로 무대를 휘어잡는다. 볼만하니 잔뜩 기대하시라.

줄거리

이씨네 왕조. 네 번째 왕의 아들과 빈, 그들을 모시는 두 명의 내관과 세 명의 궁녀 이야기
왕세자 휘지는 내관 용보와 형제같이 때론 애인같이 지내면서 자신의 부인인 봉빈과는 소원한 관계다. 내관인 용보는 사실 봉빈을 남몰래 사모하고 있으나, 자신의 처지 때문에 어쩌지 못하고 휘지에게 봉빈과의 합방을 권유하지만 휘지는 봉빈을 영 내켜 하지 않는다. 왕세자가 찾지 않는 세자빈 봉씨는 몰래 구한 천축국의 애경, 카마수트라를 통해 방중술계의 전설이 되기 위해 나인 소쌍을 불러 하나씩 연습을 시작한다.
한편 소쌍의 방동무 단지는 내관 부귀를 흠모하나, 부귀는 자신과 단지의 처지 때문에 외면하려 한다. 적극적인 단지의 애정공세로 점점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용보가 부귀를 찾아오고, 숨어있던 단지는 두 내관의 애정놀이를 보게 되고, 부귀에 대한 마음을 정리한다. 소쌍은 봉씨에게 받은 교습을 단지에게 다시 가르치며 위험하고 숨가쁜 놀이를 시작한다. 봉빈을 모시는 궁녀 석가이는 봉빈과 소쌍, 단지의 사랑 놀음을 보며 대리만족을 하고, 이 여인네들의 필요에 의해 안팎 소주방의 절구공이들이 점점 사라진다. 소쌍이 단지와 놀아나고 있다는 사실을 안 봉빈은 석가이를 시켜 훼방을 놓게 한다.
용보와 부귀는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봉빈과 단지를 옹호하다가 싸우게 되고, 부귀는 소쌍을 찾아 나선다. 두 내관이 다투는 소리를 몰려 엿들은 휘지는 용보와 침소로 든다. 봉빈은 석가이를 못믿어 소쌍을 찾아가고, 소쌍과 단지를 감시하던 석가이와 부귀를 발견한다. 마침 휘지와 용보는 마리화나를 물고 그 쪽으로 향하고, 밖의 소란스러움을 느낀 소쌍과 단지가 방에서 나온다. 결국 한 자리에 모인 이 일곱 남녀의 치정극은 점점 극에 달하며, 과거의 관계들이 하나씩 드러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