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한때 우리는 세상을 향해 라켓을 휘두르지 않고는 살아가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세상을 향해 라켓을 휘둘러도 공이 보이지 않는 세계가 왔다. 손에 쥐고 있던 라켓을 놓을 수 있을까? 그래도 되는 걸까? 끊임없이 다리를 떠는 것밖에 할 일이 없는 걸까? 어른들은 문지방을 밟지도, 밤에 휘파람을 불지도, 밥상머리에 앉아서 다리를 떨지도 말라고 했는데? 정말 다리를 떨어도 되는 걸까? 태어난 아이들이 참혹한 근미래를 보게 되고, 눈을 감아 버리게 되는 디스토피아. 이 세계를 디스diss할 것인가? 혹은 디스this 디스토피아를 직시할 것인가? 과거는 현재에 슥 지나가고, 현재는 과거 앞에서 어쩔 줄 모른다. 과거 세대는 우리에게 전시되고, 우리는 과거 세대에게 전시된다.

줄거리

이곳은 콩 한 쪽 조차 먹을 수 없는 디스토피아. 디스토피아의 한쪽에는 수정, 착상된 아이들이 뭉쳐져 있는 언저리 지대가 있다. 태어났지만 계속해서 어른들에게 거부당하는 언저리 아이가 디스토피아를 배회한다. 아이들은 고추에 털이 난 채로 태어난다. 가슴에는 휴지를 넣고 허벅지를 면도칼로 그어서 생리를 하는 것처럼 다닌다. 그리고 어른들은 여전히 테니스 라켓 혹은 탁구 라켓을 휘두르며 각자의 방식으로 혁명을 꿈꾼다. 가족식사의 날. 땅이 흔들린다. 이것은 지진일까? 아님 혁명일까? 어른들은 모두 라켓을 들고 혁명을 외치며 흔들리는 땅을 향해 뛰어 나간다. 이제 이 디스토피아에는 아이들만이 남는다. 아이들은 언저리 지대에서 밀려나온 언저리 아이들과 그들끼리의 의식을 행한다. 아이들은 디스토피아를 살아간다.

한때 혁명을 꿈꿨던 1세대. “공! 공! 우린 죽지 않아.”
이들과 다른 방식으로 혁명을 꿈꿨던 2세대. “시발, 나라고 공이 보이겠어? 그냥 닥치고 치라고!”
이들에게서 태어나는 3세대. “콩. 팥. 설마, 이 집구석 개같은 집구석은 아니겠지?”
태어났지만 태어나지 못한 언저리 “차라리 누군가 날 죽여줬으면, 차라리 그게 낫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