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어린 날의 기억을 단숨에 끌어올리는 한옥집 툇마루에는 흰 머리 성성한 두 노인이 앉아 있다. 동두천의 바람둥이 노신사 박동만과 욕쟁이 할머니 이점순. 외로움의 꼭대기에서 한 점으로 만난 두 사람은 서로를 애틋하게 바라보고 있다…면 일단은 거짓말이고, 서로의 인생에 발을 들여놓은 순간부터 티격태격 말끝마다 눈길마다 소소한 다툼이 끊임이 없다. 그럼에도 보면 볼수록 이들의 실랑이가 참으로 예쁘기 그지없다.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랬지만, 사랑 또한 붙이는 것이 좋다는 것을 이들을 보면 알 수 있다. 도무지 정이라곤 붙여지지 않을 것 같았는데, 함께 한 시간만큼 자연스럽게 마음이 열리고 그들은 서로를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그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고운 한지에 스며드는 물감의 번짐 같고, 이제 막 가시버시를 맺은 신혼처럼 아기자기하다. 그러나 그들에겐 뜻밖의 시련이 다가오고 있었다. 누구에게나 다가오는 것과는 사뭇 다른 시련이었다. 시련은 종종 사랑을 더욱 깊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기도 하지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이들에게는 영원한 이별, 그 자체인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의 사랑은 이별을 통해 더욱 곱게 승화된다.

줄거리

햇빛 따사로운 어느 봄날, 박동만 할아버지는 새롭게 거처할 곳을 찾던 도중 때마침 방을 내 놓은 이점순 할머니의 집을 찾아 간다. 예전부터 할머니에게 마음이 있었던 할아버지는 집안을 이리저리 돌아보며 할머니와 옥신각신 흥정을 한 후 흔쾌히 이사를 결정한다. 우연한 계기로 시작된 두 사람의 동거로 인해 각자 외롭게 살던 이점순 할머니와 박동만 할아버지는 점차 가까워지고 서로에게 의지하게 된다. 어느덧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바뀌어 이들의 사랑이 곱게 물든 가을, 이점순 할머니는 불치병을 얻게 되고 이별을 예감하게 되는데...